32년 차 캥거루 양육기

by 훌훌

1. 유전자의 저주? 축복?



언젠가 엄마가 경험한 잘 아는 얘기를 써보라고 했었다

31년 차 때 캥거루가 그랬다


20대 초반 학교 근처 셰어하우스에 둥지를 틀겠다 부모에게 알렸고

남편은 알았다고 했다

셰어하우스에 짐을 내리고 돌아오는 길

하염없이 눈물이 솟구쳤다

드디어 성인이 된 딸과 버킷리스트를 실행해 봐야지 하는

나만의 야심 찬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네네 하며 일절 토다는 법이 없던 그녀였기에

대학 입학 후 이런 일로 내가 골치 썩을 줄은 예전엔 정말이지 미처 몰랐다

훈훈한 모녀관계로 마냥 해피바이러스를 날리고 살 줄 알았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폭력적(?) 유전자는 적어도 내 친할아버지 때부터는 있었다

아버지나 삼촌에게 사랑의 매를 때렸단다

회초리가 아닌 혁대 풀러 때리셨다는 무서운 얘기는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기억이 아슴푸레하지만

유년시절부터 내 기억 속 할아버지는

세월의 더께 덕분이었을까

유머 있고 장난기까지 갖춘

유식하고 강건한 인텔리이자 농부였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치며 나 역시 자연스레

통제와 지시를 주요 양육의 방식으로 선택했던 것 같다

본 대로 겪은 대로

사회적 환경이 달라졌어도

유전자의 축복인지 저주인지를 그대로 답습한 나의 실수

(혹시나 좋은 유전자도 있지 않았을까... 감히 축복이란 단어도 입에 올린다)


그녀는 각종 모임에 발을 담그고

고딩까지 손도 안 대던 화장품의 세계로 입문하는 것까지는 예측가능했는데

너무 진한 화장과 똥꼬치마가 눈에 거슬렸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마치 미스코리아 대회 나온 사람 같은 풀메이컵을 하니

시선을 많이 끌었던 듯하다

번호를 많이도 따이고 다녔다 보다

(32년 차 캥거루는 민낯을 선호한다 어쩌다 격식 차리는 자리에 나가야 할 때면 내 화장품에 손을 뻗친다)


등교하는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나는 잊지 않고

듣지도 않는 잔소리를 날리고

쾅 하는 문닫는 소리와 함께

아픈 속을 쓸어내리며 탄식을 흘렸다






작가의 이전글절대 검색하지 말고 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