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부터 자체 필터링을 하고 말한다
우리라 함은 주로 나와 남편이다
어릴 때부터 언로를 확실히 개방했던 탓에
딸들은 어디 가서 비교적 입을 잘 연다
한 달에 두어 번 본가에 오는 작은 아이와 완전체를 이루어
즐거운 식사가 시작됐다.
큰애가 작은애에게
"너는 집에서 계속 그렇게 입고 있네"
"응 그러려구"
집에만 오면 최고 편안한 복장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작은애에게
"몸을 따뜻이 해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아이를 낳을 소중한 몸인데......"
나의 고정레퍼토리가 발사되었다
내가 잔소리 랩을 잠시 발사하는 사이
눈치 없이 남편이 거든다
"스키니진 같은 몸에 꽉 끼는 옷은 통기가 안되니까 그런 것만 안 입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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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내가 한마디 해서 잔소리가 늘어지는구나"
동생에게 민망한 미소를 날리면 큰 애가 말한다
작은 딸은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맨날 잔소리야"
지 몸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이 놈들은 합체를 이루어 엄마 아빠에게 잔소리를 되돌려준다
때로는 수위가 높아서 속으로 버르장머리가 없다 생각할 때도 있다
성인들끼리는 충분히 나눌 수 있는 화법인데
부모라고
나이 먹었다고 대접받기를 바라는 건가
하지만 따뜻한 말이 듣기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그녀들에게 거슬리지 않게 말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20대 30대 여성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을 따라가지 못해서
우리는 종종 혼난다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또는 세상에 나와서 그런 걸 배울 기회가 없었다
라는 변명을 하지만 그녀들은 답답한 모양이다
작은애가 남친과 투닥거린 얘기를 한참 하고 있는데
남편은 말한다
"남친의 입장이 있을 거야"
"남자 친구의 효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지혜롭게 말해보렴"
여기에 큰 딸이 나선다
"아빠는 딸 편을 들어야지 왜 딸 남친 입장을 대변하고 앉아 있어"
큰 애한테 한 방 먹고 깨갱하며 목소리 줄어드는 그를 보자니
화가 솟구치지만
훨씬 더 많이 산 내가 풋내기들을 이해해야지 하며 입을 다물었다
하아......
부드러운 말이 힘이 세다는 걸
그녀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