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한 번 내는 적이 없는 캥거루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내년에 우리는 세 백수가 한 집에 살게 된다고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한다고
남편은 손가락 빨고 나면 발가락 빨면 되나
썰렁한 농담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
쌀 값이라도 벌어오라고 했다
안 그래도 내가 퇴직하기 전 쾌적하고 안락한 의자에 앉겠다는 결의를 다진 바 있는데
세상 일이 어디 뜻대로 되는가
그럴 수 있지
캥거루는 또 얼마나 그러고 싶겠는가
쉬지 않고 자소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문과 여성이 들어갈 문은 개미 똥구멍 같다
여기에서 더 나가면 그녀는 고슴도치 같은 날카로운 가시를 앞세워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그러므로 절대 적정선을 넘으면 안 된다
여기가 바로 스윗과 투닥투닥의 경계선이다
눈치를 살펴가며 잔소리를 투척하는 고난도 양육스킬이 필요하다
조심해야 한다
내 소중한 캥거루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야 쓰겠는가
투닥거리고 나면 피차 며칠이 불편해서 곤란하다
포기할 줄 모르는 캥거루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다
때론 베짱이처럼 보여서 추운 겨울이 오면 어쩌려고 저러나 싶기도 하지만
기어라도 가고 있으니 고지에 닿는 날이 오겠지
출근길에 그녀가 넣어준 대만 과자
엘베에서 만난 옆집 아줌마에게 한 개
사무실에 놀러 온 동료에게 또 한 개
이런 딸이 있어서 좋겠단다
요즘 핫하다는 성해나의 '혼모노'를 읽으며
캥거루가 싸 준 간식 보따리를 열어 야금야금
'혼모노'는 찐, 진짜, 뭐 그런 뜻이란다
찐으로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