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Prologue
건축과 관련된 언어 중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있다. 그 중에서 ‘장소’와 ‘공간’은 언뜻 보기엔 같은 단어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로 ‘장소’를 번역하면 ‘Place’가 될 것이고, ‘공간’은 ‘Space’로 표현된다. 영어로 표현된 두 단어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아직도 이 두가지의 차이점을 명확히 찾아낼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이 두 단어가 의미 있게 다가온 때는 대학원 석사과정 중이었다. 현대 건축에서 ‘장소성(sense of place)’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공부하던 중 ‘장소’와 ‘공간’의 뚜렷한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소란, 공간+장소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장소성(sense of place)은 ‘일정 행위 또는 사건이 일어나며 제한된 경계를 지닌 토지 또는 공간에서 특정한 경험이 연관되어 있는 개념’이라 정의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임의의 공간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 행동들, 사건이 투영된 공간을 하나의 장소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시인의 시 ‘꽃’에서 처럼 어느 한 곳을 의미없이 구성하고 있던 공간은 내가 그 곳을 감으로써 공간은 나에게로 와서 하나의 장소가 된다. 이 글들을 통해 담고 싶은 ‘장소’들은 나의 지난 기억과 이야기가 투여된 ‘공간’들이다. 각각의 공간들은 시간과 이야기가 더해져 나만의 장소로 기억되고,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