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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yun Jeong Nov 26. 2018

발스 온천_스위스 발스

첫 번째 장소

 2013년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겨울의 어느날. 나는 이 곳을 가기 위해 유럽 여행을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곳은 바로 스위스의 자그마한 마을에 위치한 ‘발스 온천’이다. 이 곳을 가고팠던 이유를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두 가지정도 된다. 첫 번째는 담당교수님의 추천이다. 그 당시 이 온천을 설계한 피터 춤토르에 관심이 많으셨던 교수님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꼭 다녀와 보라는 추천아닌 추천을 해주셨다.


 두 번째는 마땅히 스위스에서 갈 곳이 없었다. 내가 했던 유럽 여행은 자동차유럽대장정으로 여러명의 인원이 차량 한대를 타고 다니는 것이었다. 이미 전체 경로가 정해진 상태였고, 스위스(정확히는 인터라켄)에서의 일정도 대부분이 레저활동 위주의 일정이었다. 총 3일간의 체류기간 중 하루는 패러글라이딩을 한 후 남은 이틀 중 하루는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이 곳을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드디어 200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피터 춤토르가 설계한 ‘발스 온천’을 가는 날이 됐다. 전날 이미 같이 가기로 되어있던 한 명과 아침 일찍 서둘러서 이 곳을 향해 출발했다. 발스 온천으로 가는 여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아마 이 기억 덕분에 이 곳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발스 온천을 향해 가는 길에 만난 눈 싸인 산과 잘 정리된 도로의 모습

 위 사진에서와 같이 발스 온천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자그마한 마을에 위치해 있다. 가는 길에도 이 길이 맞나싶을 정도로 산 속으로 향해 있고, 도로는 정말이지 위험했다. 약간의 의심(그렇게 유명하신 분께서 이렇게 외진 곳에 설계를 했다고?)을 품고 차를 타고 간 지 2시간 쯤 지났을까. 드디어 발스라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스 온천에 도착한 후 들어가려는 순간, 나는 두 가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두 가지는 상당히 비싼 가격(90프랑_10만원이 넘는다)과 남녀 구분 없이 함께 들어간다는 것이다(수영복 착용). 금액을 모르고 갔던터라 상당한 충격이었고, 나의 꼬드김에 같이 따라온 친구에게도 상당히 미안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수고와 얼마나 유명한 건축물인지 확인하고픈 생각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온천 내부로 향해있는 기다란 계단. 왼쪽에 보이는 문들은 각각의 탈의실로 향한다. 천장에서부터 벽을 따라 이어지는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온다.

 

 옷을 갈아입고 들어간 내부는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공간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빛’이었다. 어떤 곳에선 큰 유리창을 두어 공간 깊숙이 빛이 들어오게 하거나, 다른 곳에선 얇고 기다란 창을 통해 빛이 이어지게 구성했다. 공간의 분위기가 빛을 통해 다르게 연출된 것이다.

 

틈 사이로 비치는 빛은 이 곳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준다.

 또한 각각의 ‘탕’들 역시 굉장히 재미있게 구성되 있었다.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목욕탕 구조와 다르게 구성돼 있었는데, 각각의 탕들은 독립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발만 담글 수 있게 만든 자그마한 공간, 외부로까지 이어진 큰 탕, 반층 정도 높게 위치한 수면실 등.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공간은 습식 사우나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사우나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 뜨거운 증기를 발생시키는 기계장치를 두어 그 곳을 아주 따뜻하게 해 놓는다. 한 곳은 온도를 45도에 맞추고 다른 곳은 70도로 맞추어 각각의 공간을 구성하는 식이다.


 이에 반해 발스 온천의 사우나는 총 3단계로 공간을 구성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증기를 발생하는 장치를 두고 양옆으로 앉을 수 있는 벤치를 길다랗게 배치해 놓았다. 중간 중간에 가림막을 두어 증기의 흐름을 막아 세 공간의 온도가 달라지도록 구성한 것이다. 공간의 배치를 달리하여 하나의 장치로 3가지 온도의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사우나까지 마친 우리는 장장 3시간이나 되는 목욕을 한 후 다시 숙소로 향했다.




 이처럼 발스 온천으로 가는 험난했던 여정과 그 곳에서 만난 공간이 해주는 이야기, 또한 함께했던 시간들(따뜻한 노천탕에 내리는 눈, 흐릿한 하늘 등)까지. 이 곳을 나의 ‘장소’로 기억하게 해준 여러 요소들은 또 다시 언젠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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