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정상이 아닌 운전을 하는 차량을 보면 신고하라는 사인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많은 미국인들이 신고 정신이 뛰어나 과속을 하는 차량이나 신호 위반 차량을 잘 신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 간 지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남편과 아들이 치킨을 사러 나갔었다. 그들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고 잠시 스탑 후 출발했는데 쿵 소리와 함께 뒷 차가 남편의 차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차에서 내렸는데, 그때 남편 차를 박은 픽업트럭이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뺑소니였다. 남편과 아들은 멘붕 상태로 찌그러진 트렁크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했단다. 일단 도와줄 회사 직원에게 연락하고,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이 와도 리포트를 할 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그때, 픽업트럭 바로 뒤에 있던 차량이 사고 지점으로 돌아와서 경찰에게 리포트를 해주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목격자이며, 사고를 낸 차량을 쫓아가서 차량 넘버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기쁜 소식과 함께 말이다. 이 분들이 그렇게까지 할 의무는 없는데,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민 정신에 따라 뺑소니를 친 차량을 쫓아가 사진까지 찍고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사진과 함께 리포트를 해주니 덕분에 사고를 낸 차량이 확보되어 수월하게 사고 수습이 될 수 있었다. 모든 수리비와 병원 검사비, 그리고 위로금까지 보험회사에서 모두 지급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미국에 간 후 첫 해에 있었던 일이다. 주위에 들어보니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었다. 물론 그날, 우리 가족의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철저한 개인주의 국가라는 둥, 뭉쳐지지 않는 샐러드 볼이라는 등등의 별명을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하나하나 독립적인 샐러드 재료이지만 사실은 샐러드 소스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국을 경험했다. 그리고 시티즌쉽 교육 등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는 내가 사는 지역과 사람들에 국한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뉴스에서는 강력한 사건 사고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거나, 목격자의 증언 필요 없이 잘못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세상이 더 좋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