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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Jun 14. 2022

미국에서 한국인이 하기 쉬운
신호 위반 - 우회전


늦었다! 서둘러 딸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향했다. 이사 간 후, 매일 아침이 너무 바빴다. 4거리 교차로에 섰을 때 횡단보도에 아무도 없으니 획 우회전을 하고 학교로 달렸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나는 우편물을 받았다. 신호 위반 벌금 통지서였다. 언제 신호 위반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4거리에는 내가 인지 못했던 교통 신호 위반 적발 카메라가 있었다. 나는 그래도 우회전 신호 위반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남편에게 소극적인 저항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온라인에서 그 위반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빨간 불에서 나는 멈추는 듯하다가 쌩하고 출발했다. 나중에 알았다. 초록불에서는 좌측을 주시하면서 바로 우회전해도 되지만 빨간 불에서는 충분히 멈춰 서서 차가 안 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우회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다음부터는 우회전할 때 무조건 정지해서 확인 후 출발한다. 

사실, 그전에 한 번 교통경찰에게 잡힌 적이 있었는 데, 그때도 우회전 때문이었다. 그 길은 우회전 길이 따로 나 있는 곳이었고, 빨간 불일 때는 아예 우회전 금지라는 표지판이 있는 도로였다. 미국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신호가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는 찰나에 ‘어, 신호  바뀌겠다. 빨리 가야지, 빨리빨리.. ‘하는 생각과 함께 우회전을 했는데, 우회전하자마자 오른쪽으로 숨어있던 경찰차를 발견했다. 경찰은 세우라는 표시를 했고, 나는 그때 영어도 잘 못하는 때였던 터라 ‘아 망했다.. 뭐라고 하지..’ 하며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경찰이 “너 신호위반했어.”라고 했고, 

나는 “아니야 내가 우회전할 때는 노란색이었어.” 라며 다소 주눅든 목소리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경찰은 단호히 “아니야. 내가 봤어 빨간색에 돌았어.” 했고, 

나는 “아닌데…… 분명 노란색이었는데…....”라고 말해보았지만 어쩔 수 없이 티켓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진짜 녹화 영상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우회전할 때까지는 노란색 신호등이었지만 돌자마자 빨간색으로 바뀐 것이므로 사실 억울하다고 우기면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나중에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셀프 변호를 했다. 여하튼 이 신호 위반으로 벌금을 125불이나 냈고,  너무 아까워서 신호 위반 절대 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했지만 카메라에 찍혀 또 벌금을 낸 것이다. 카메라에 찍혀 내는 벌금은 75불이다.  사람의 노동력에 의해 받게 되는 서비스 요금은 뭐든지 비싼 미국이라 카메라에 찍혀 내는 벌금이 더 싼가 보다. 그래도 이런 지출은 너무 아깝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다시는 교통 신호 위반을 하지 않았다.  


콜로라도의 록키 산맥이 보이는 도로

자주 다니는 길은 어디에 신호위반 적발 카메라가 있는지 다 알기에 그 교차로에서는 조심하게 된다. 그런데 몇 년 전, 애들 학교 근처 교차로에 새로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곳은 아이들 등굣길과 하굣길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곳으로, 그 근방에서는 유일하게 차들이 꼬리물기도 하고, 거칠게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하는 등 운전자가 그 시간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움직이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교차로에 4개의 교통신호 적발 카메라를 설치해 놓으니 그때부터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아니면 잠시 신호를 기다릴 때, 카메라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졌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거의 한 번씩은 그곳에서 벌금 고지서를 받은 듯했다. 심지어 우리 아들도 한 번 거기에서 사진이 찍혀 벌금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마의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을 했다는 벌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그 고지서의 주인은 남편 회사 동료였다. 그때 회사 동료가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를 사고, 잠시 주소지를 우리 집으로 해 놓았을 때였다. 나는 얼른 남편에게 연락해 그 마의 교차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사진 많이 찍히는 곳이니 주의하고, 특히 우회전할 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남편이 설명해 주기 전에 이미 그곳에서 사진을 더 찍혔었나 보다. 그 후 2번의 벌금 우편물을 더 받았으니 말이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운전을 하려고 하니 우회전도 그렇고, 잘 양보해 주지 않는 차들로 인해 운전경력 27년임에도 불구하고 초보처럼 운전하게 되었다. 작은 횡단보도 있는 곳에서는 항상 정지했었고, 정지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는 충분히 3초 정지했었고, 여유 있는 폭의 도로에서 여유롭게 운전했었는데, 이제 빡빡한 폭의 도로가 생소해져서 힘이 든다. 특히 보행자 옆으로 아슬아슬 너무 위험해 보이는 운전 행태가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런데 7월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에 의해서 보행자를 좀 더 배려하면서 조심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우회전 단속을 한다고 한다. 두 손들어 환영하며, 이를 통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는 습관이 사회 전체적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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