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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Apr 29. 2022

게임 좋아하는 아들과
사이좋아지려고

고등학교 Esports 클럽 창설기

야심한 새벽이었다. 

타다다닥 소리가 들렸다. 

한 밤 중에도 총소리, 야생 동물소리 등 여러 종류의 소리들이 자주 들리는 통에 

깊은 잠을 자지 못했던  나는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와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귀를 세우고 있었다

타다다닥 다시 들리는 소리, 2층이었다! 


“Go, go!”


아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까치발로 2층 그의 방을 급습했을 때, 

아들은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새벽이고, 그다음 날은 쉬는 날이 아니었으니 몇 시간 후면 학교에 가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급 화가 치밀어 올라,

홱 문을 열고 아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놀란 아들의 모습이 내 눈앞에 스쳐 지나갔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쌩 그를 지나쳐 게임을 해서 뜨거워진 노트북을 가지고 

내 방으로 내려와 버렸다. 


하루에 정해진 게임 시간이 있었다. 

그건 우리 집의 규칙이었다. 

그런데 그가 이를 어기고 몰래,  이 오밤중에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충분한 벌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간 컴퓨터를 못하게 할까?

그런데 학교 숙제는 어떻게 하지? 

고민 고민을 하다가 저녁 시간에만 숙제용으로 컴퓨터 사용 시간을 허용하고 

잠자기 전에는 노트북을 내게 맡긴 후 잠을 자기로 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 내내 엄격하게 게임 규제를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들의 게임에 대한 집착(?)은 오래 지속되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에도 그는  여전했고 상대적으로 나와의 관계는 점점 싸늘해져 갔다. 


영어회화 수업에 가서 이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한 엄마가 말했다. 


“그렇게 몰래 하는 거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아는 어떤 한 엄마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아들 때문에 

컴퓨터를 압수해서 자기 자가용 뒤 트렁크에 넣고 다녔대. 

그렇지만 그때뿐이라고. 

애 하고 사이만 나빠져.”


‘컴퓨터를 자동차에 넣고 다녔다’는 데에서 충격이었는데,

‘그때뿐’이라는 말에는 왠지 그럴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 하게 막으니 몰래 하게 되었고,  

엄마는 몰래 하는 것을 발각하면 더 괘씸해 더 엄격하게 하지 못하게 했고, 

이에 비례해 둘의 사이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일단 아들이 좋아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를 알아보았다. 

전 세계 대회가 있고, 한국 선수들이 우승도 했으며, 몇몇 선수는 억대 연봉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Esports라고 부른 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그 무렵, NBC Today Show에  전 세계 00 게임대회에서 1등을 해 

거액의 상금을 탄  중학생과 그 부모가 나왔다.

사회자가 축하한다면서 하루에 몇 시간 씩 게임을 한 거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하루에 6시간씩 게임을 했다고 했다. 

사회자는 부모에게 이렇게 게임하는 것을 어떻게 보고 있었냐며, 

어떻게 옆에서 도와주었고, 응원해줬는 지를 물었다. 

부모들의 대답은 영 시원치 않았다. 

그냥 아들이 게임하는 것을 용인해주었고, 따로 도와준 것은 없다고 했다.

 느낌에 그 부모는 아들이 우승하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런데 거액의 상금을 타서 기쁘고,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일단 나도 관심을 갖기로 결심했다. 

아들에게 그 게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관심을 보이니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같이 게임 방송도 보았다. 

그러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나는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아들의 설명을 들어보니 

전 세계에 게임 인구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 세계 대회가 있고, 미국 대학 리그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고등학교 대회는? 

가만, 아들 학교에 Esports 팀이 있나? 

없다!


그런 이야기를 아들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친구 중에 한 명이 Esports 클럽을 만들자고 했다며, 

아들도 그 친구와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들과 그 친구는 적극적으로 클럽 만드는 것을 추진했고, 

마침 나서서 도와주는 선생님도 계셔서 

그들은  Esports 클럽을 성공적으로 만들며 팀원 모집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등학교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도 

미국 서부, 중부, 동부 리그로 나뉘어 벌써 치러지고 있었다.

콜로라도는 2019년 처음으로 아들 학교에 Esports 클럽이 만들어졌다.


아들 학교의 Esports클럽도 고등학교 리그에 참여해 같이 

다른 지역 학교들과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경기 시간을 정해 두 학교 선수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치렀다. 

시차가 있는 것을 생각 못해 선수들은 제시간에 경기를 치르지 못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동부나 서부의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 과학 고등학교팀은 

다른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를 했고, 

신생팀이었던 아들 학교 팀은 게임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공부하면서 게임은 언제 하는지, '겜알못'에 평범한 나로서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들은 엄격한 나의 통제 아래 게임을 많이 못해서 생각보다 레벨이 낮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게임 시간을 더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이다. 

결국 게임 좋아하는 아들과 사이좋아지려고 했던 나의 시도는 해피엔딩이긴 하다. 

아들은 게임을 좋아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며 대회에서 이기려고 하는 시도를 하면서 

좀 게임에 시들해진 듯했다. 

친구들과 같이 재미로 하는 게임이 훨씬 더 좋다고 하니 

예전에 게임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했던 이 엄마는 

이제 아들이 대학교 Esports팀에 실력이 낮아 들어가지 못한 것을 이해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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