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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02. 2022

미국인이 운영하는
학교 앞 수학학원

미국에서 콩나물 학원 교실이라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잘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중학교에서는 그럭저럭 잘 따라가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한 과목 한 과목, 공부에 어려움을 느꼈고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AP 수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많이 어려워해서, 학원이나 튜터를 찾아보기로 했다. 


2018년 당시, 덴버 근처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학원이 세 군데 있었다. 이는 한국어 광고 신문을 보고 쉽게 알아냈다. 그런데 위치가 집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어 학교를 다니면서 다니기에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가까운 다른 곳을 수소문해서 찾던 중, 학교 바로 앞에 수학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끝나고 걸어서 학원을 가면 되고, 끝날 시각에 맞추어 학원 앞에서 내가 픽업을 하면 되었기에 위치는 아주 딱 좋은 곳이었다. 


학교 앞 수학학원 (구글 이미지 캡처)

학원을 창립한 사람은 아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으로, 백인 미국인이었지만  커리큘럼은 마치 한국인이 운영하는 학원처럼  꼼꼼해 보였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선행 수업까지도 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학기 중에는 학교 진도에 맞춰 수업을 했고, 기말고사 시험이 시작하기 한 달 전에는 기말고사 총정리 반을 운영해 시험에 대비했다.  AP 클래스 일 경우에는 AP 시험을 보기 전에 ‘시험대비 총정리’ 반을 특별 개설해 시험 준비를 해 주기도 했다.  여름 방학 중에는 다음 학기 수학 클래스 대비 반들이 만들어져 미리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 많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점프 코스가 있었다. 미리 방학 동안 다음 학기 수업을 받고, 학기 초에 학교에서 테스트를 봐서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는 경우, 그 수학 코스를 건너뛰고, 다음 코스의 수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 이렇게 여러 가지 과정의 클래스로 짜여 있다니, 학부모들에게는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학원이었다. 그래서 한번 학원에 다녀 보기로 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 앞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꽤 많은 차가 기다리고 있다. 수업이  끝나는 듯한 벨소리와 함께 건물에서 하나둘 학생들이 나왔다.  우리 아이는 언제쯤 나올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백인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그러다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설마 이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나온 것일까? 설마…  나중에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하나의 교실에 30명 넘는 아이들이 들어가 수업을 들었다고, 교실이 꽉 찼다고 했다. 대부분이 백인이고 동양인은 자기 말고 한 명 더 있었다고 하며 창피하다고 안 다니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업은 잘 가르친단다. 이왕 성적을 올리려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다녀 보자고  설득했다. 학원에서 숙제도 같이 풀어 주고 모르는 것도 다시 가르쳐 주니 처음에는 꽤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지 한 달이나 지났을까.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이 학원을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학교 시험 문제를 물어보고, 가지고 오라고 시키고 해서 문제은행 같은 자료를 만들어 학원 수강생들을 가르쳤고, 이를 알게 된  수학 선생님이 극대 노하면서 그 학원을 막 욕했다고 했다. 


편법을 써서 시험만 잘 보려고 한다,
공정하지 않다,
이 학원 때문에 문제를 다 다시 만들었다.

선생님의 이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자기도 그렇게 수학을 배우고, 시험 보고 싶지 않다며 학원을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아이는 학원을 그만두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한동안 집 근처 학원이나 튜터 정보를 찾아 인터넷 바다를 엄청 헤매고 다녔다. 


그렇게 찾아낸 것 하나, 튜터링 서비스가 많다. 미국인들도 다 사교육을 한다.

도서관 스터디룸 (출처: arapahoelibraries.org)

그런데 그  형태는 학원이 아니라 튜터. 학생들에게 전반적인 학교 수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개인 과외를 선호하는 것 같다. 집 근처 도서관에는 스터디룸이 여러 개 있는 데, 6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이 공간은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에는 항상 예약이 꽉 차 있다. 거의 모두 개인 과외 수업을 하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 독서실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 독서실은 그냥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고,  스터디 멘토 혹은 카운슬러 같은 사람이 있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엇을 하고, 무슨 공부를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는지 스케줄을 같이 짜 주거나 상담을 해 준 다. 그 후 독서실에 들어가 그날의 공부를 하는 것이다. 


상상 못 했던 미국인들의 여러 가지 사교육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많은 한국의 사교육 홍수를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만만치 않은 더 큰 물줄기 속에 들어와 있었다. 어쩌다 보니 그 흐름 속에 놓여 제대로 흘러가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사교육 현장 실체를 알게 된 나는, 결국 어디서든 개개인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겠구나 깨달았다.  


그 후, 이 학원은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학원을 운영했는데, 이제는 다시 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로 빡빡한 콩나물 교실이 되었는지, 이제는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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