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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03. 2022

미국의 수준별 수업과 성적 산출,
그리고 수준별 시상식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 우리 아이 보러 수학 시험을 보러 오라는 통지를 받았다.

미국의 수학 수업은 코스가 있다. 아래는 아이들 고등학교 수학 코스이다. 





몇몇 수학에 조금 뛰어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갈 때 시험을 봐서 수준에 맞는 수학 수업을 듣게 된다.  그 후 엄청난 점프의  도약이 없는 이상, 아이들은 거의 1년에 한 코스씩만을 전진하며 수학 수업을 듣게 된다.

미국에 온 지 몇 달도 되지 않은 아이가 수준별 수업을 위한 수학 시험을 보게 되었다고 하니 나는 그저 기쁜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그 시험의  결과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같은 반 백인 미국인 친구 엄마가 우리 아이가 어느 반에 배정되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어느 반에 배정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순간 그 엄마의 피식 웃음을 보았다. 아마 “엄청 견제했는데 별거 아녔군.” 의 의미였던 것 같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자기 애가 더 잘했나 보네 하고 지나쳤을 뿐이다. 나중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보니 공부뿐 아니라 스포츠 등 여러모로 굉장히 실력이 뛰어난 친구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백인 미국인 엄마의 쓸데없는 견제가 다시 떠올라 조금 씁쓸했다. 우리 아이는 이제 겨우 학교 영어에 적응한 수준인데 말이다. 


미국 학교에서는 수학뿐 아니라 코어 과목인 영어, 사회, 과학 과목들은 모두 수준별 수업을 했다. 그냥 English  수업이 있고,  Honor English 수업이 있다. 그보다 더 레벨이 높은 수업은  AP English 수업이다. 

AP과목은 Advanced Placement의 약자로 대학교 과정을 고등학교에서 미리 듣는 수업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을 모두 마쳤을 경우에는 대학교 수준의 수업인 AP 수업을 듣게 된다.  대학교 수준 수업을 한 학기 또는 1년 내에 배우고, 5월에 그 과목에 대한 시험을 본다. AP 시험 점수는 5점이 만점이고, 3점을 넘어야 과목 Pass가 된다. 이 점수는 대학교에 따라 AP 과목 수강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어떤 대학교에서는 AP 미시경제학을 5점 이상인 경우에만 크레디트로 인정하는데, 어떤 대학교에서는 4점 이상이라도 학점으로 인정한다. 또 어떤 대학은  AP  5점 이상이라도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AP과목은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수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강할 수 있는 자격이 되어야 수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9학년에 AP과목을 못 들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몇몇 학생은 9학년부터 AP과목을 들은 아이가 있다고 한다. 요즘은 AP를 많이 들어야 대학교에서 학생의 실력을 인정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AP과목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하지만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AP 과목 수업은 고등학생들에게 굉장히 벅찬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험도 만만치 않아서 3시간 이상의 시험 시간 동안 객관식, 주관식, 에세이까지 아우르는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따라 혹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수강신청을 한다. 물론 그 전 수업을 들어야 AP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면 그 과정에 따라 수강신청을 하겠지만 어떤 아이는 이와 상관없이  쉽게 수업을 듣기 위해서 일반 수업을 듣기도 한다. 각자의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우리 아이는  AP 수업에 더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많다는 이유로  AP 수업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준이 다른 수업을 어떻게 한 가지 평가 기준으로 평가할까. 결국 어려운 수업에 더 가산점이 주어지는 성적도 따로 계산되면서, 내신 성적 점수는 2가지로 산출된다. Weighted GPA와 Unweighted GPA.   AP 과목과 Honor 과목을 듣는 경우, 가산점이 주어져서 계산을 하는 4.5 만점의 Weighted GPA, 그리고 모든 과목이  가산점이 없는 채로 계산되는 4.0 만점의 Unweighted GPA. 따라서 어떤 학생이 모든 과목에 A를 받았다고 해도 그 과목들이 AP인지 아니면 일반 수업 과목들 인지에 따라 그 학생의 학업 성취도 수준은 큰 차이가 생긴다. 

학교는 학생들의 대강의 석차 (상위 몇 %)를 가지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성적으로 일렬로 줄 세우기에는 각 학생들의 시간표가 너무 각양각색이며,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어려운 과목을 듣지 않는 학생이 있기도 하고, 일부러 더 어려운 과목을 들으려는 학생도 있기에 이런 점수 성적에 큰 의미를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석차가 없는 성적표의 의미에 깊은 수긍을 했다면, 매년 열리는 학교 어워드 세리머니에서는 또 다르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시상식에서는 각 과목별 시상을 했다. 물론 그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아이에게도 상을 주었지만, 일반 클래스에서 큰 발전을 한 경우, 인상적인 역할을 한 경우에도 상을 수여했다. 이를 테면, 전국 수학대회에서 1등을 한 학생에게 수학 분과에서 상을 주고, 일반 수학 클래스에서 최초 시험과 마지막 시험의 결과를 보고 가장 큰 성적 향상을 이뤄낸 학생에게도 상을 주는 식이다. 전국 수학대회에서 1등을 한 학생이야 전미국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이니 당연히 상도 주고 칭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클래스에서 상을 받은 아이는 일반 클래스에서 1등을 한 것도 아니니, 처음 시상식을 봤을 때 후자의 학생에게 상을 주는 것이 맞는지 잠시 편협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떠오른 생각은 '자신의 역량 범위 안에서 큰 성과를 낸 경우 받을 수 있는 칭찬이라면 모든 학생들은 내 능력 속 잘하는 것을 부각해 칭찬과 응원의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였다. 모두가 각자 잘하는 분야와 역량이 있으니 각양각색인 학생들을 격려하는 의미의 이 시상식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일 수도 있는 수준별 수업의 의도를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풀어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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