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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04. 2022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한
과외 활동 스펙 만들기(1)


철저히 계획했었다. 미국에 가면 스포츠와 음악 활동으로  특별한 EC (Extra Curricular) 스펙을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미국의 대입에서 성적과 더불어 가장 많이 보는 대학 지원자의 스펙은 Extra Curricular Activities, 즉 과외 활동이다. 과외 활동으로는 학교 클럽 활동, 대회 수상, 음악, 스포츠, 아트, 봉사, 커뮤니티 활동 등등 그 범위가 아주 다양하다. 이 활동을 통해 입학 사정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도의 결과물을 대입 지원 원서에 써야 한다. 이는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방증 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과외 활동에서 입학 사정관 눈에 띄는 스펙을 만들 수 있을까? 음악이나 스포츠 등의 과외 활동을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악기든 스포츠 활동이든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꾸준히 실력을 쌓아서 일정 수준에 오르는 게 중요했다. 지나고 보니 악기나  스포츠에서 수준급이 아니었다면 어려운 고등학교 공부를 하기에도 빡빡한 스케줄 속에 과외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 음악 활동의 성공 사례와 스포츠 활동의 실패 사례를 통해 실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과외 활동을 했는지 소개한다.  


EC 성공 사례 - 올스테이트 밴드까지의 여정


아이들이 미국에 와서 채 두 달이 안 되었을 때,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Music & Arts라는 악기 스토어에 갔다. 그리고 각각 악기를 하나씩 정해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Music & Arts 에는 작은 교실 여러 개가 있고, 악기 선생님이 레슨을 하고 있어 기초를 배우기에는 좋은 곳이기도 하다. 


  1. 어떤 악기를 택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였다. 어떤 악기를 택할 것인가에 따라 밴드 수업에 들어갈지, 오케스트라 수업에 들어갈지가 결정된다. 밴드 클래스는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그리고 타악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오케스트라 클래스는 주로 현악기로 구성되어 있다. 관악기는 호흡이 중요해서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당시 중학생이던 나의 아이들이 시작해도 별로 늦지 않았다는 점이 장점이 있었다. 현악기는 오케스트라의  꽃으로 나중에 밴드 클래스와 협연을 한다 하더라도 오케스트라가 리드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실력이 좋을 경우, 부각되기도 좋다. 

큰 아이는 클라리넷을, 그리고 둘째는 바이올린을 선택해 배우기 시작했다. 백인 미국인 레슨 선생님들의 지도는 생각보다 빡빡했고, 중간중간 발표회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또 당시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던 점도 실력이 늘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선택한 바이올린은 이곳에서도 4-5살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학교부터 시작한 둘째는 이미 7-8년이 뒤진 상태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중학교 때에야 어찌어찌 따라갔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잘하는 친구들은 넘사벽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둘째는 그림에도 관심이 있어 예술 과목에서 그림과 오케스트라 2가지를 다 하기에는 학교 시간표가 짜이지 않았다.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들여도 높은 클래스에 들어갈 확률이 희박한 바이올린을 포기하기로 했고, 아이는 너무나 아쉬워했다.  


  2. 학교와 지역 교육구의 지원


아이들은 중학교 밴드와 오케스트라 팀에 조인했다. 아이들 학교 학군에서는 비록 공립이지만 교육구 자체에서 1년에 한 번씩 오디션을 통해 악기 연주자를 뽑아 Middle School Honor Band Concert 나  Middle School Honor Orchestra Concert를 개최했다. 16개의 중학교에서 뽑힌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여러 가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명문 공립학교에 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긴 하다. 

또, 교육구 자체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하기도 했는데,  전체 중학교 오케스트라 팀에게 1단계부터 10단계까지의 악보를 주고 일정기간 연습을 통해 어느 단계까지 통과했는 지를 정한 후 전체 중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학교 체육관에 모여 거대한 콘서트를 했다. 이를 Stringathon이라 했다. 


이렇듯 학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아이들은 오디션에 도전하고 합격해 콘서트를 거듭하면서 뮤직 분야의 스펙을 쌓아갔다. 엄청나게 잘하진 않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오디션을 보고 한 단계 높은 레벨의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기도 했다. 


  3. 지도 선생님의 역할


중학교에서 어느 정도 실력 인정을 받은 큰 아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덴버에서 유명한 영 아티스트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도전했다. 오디션 장에서 심사위원은 학교 밴드 선생님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오케스트라, 밴드, 그리고 합창으로 이루어져 있는 학교 뮤직 프로그램은 몇 년 전 그래미 재단으로부터 펀드도 받는 등, 콜로라도 내에서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 선생님도 실력 있는 분이라는 사실에 기뻤고, 아이는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러나 자랑스러워했던 시간도 잠시, 아이는 학교 공부와 학교 밴드 활동, 거기에 외부 오케스트라 활동까지 병행하는 것을 힘겨워했다. 공부할 시간도 악기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다. 공부도 해야 하는데, 학교 콘서트는 물론 외부 콘서트까지 해야 하니 이동시간도 꽤 있는 데다가 연습도 해야 하고 피곤이 쌓였다. 결국 외부 활동은 1년 만에 그만두고, 학교  활동에 주력했다.  

그런데 11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올스테이트 밴드를 뽑는 오디션이 있는 것을 알고, 그 오디션은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 All State Band는 스테이트 내의 고등학생 악기 연주자들이 오디션을 봐서 뽑힌 학생들을 모아 밴드를 결성해 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스테이트 오디션에서 뽑힌 것이라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따라서 과외활동으로 올스테이트 밴드였다는 것은 충분히 대입 지원서에 자랑스럽게 채울 수 있는 스펙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아이는 갑자기 새로운 레슨 선생님을 알아왔다. 그리고 그분에게 새롭게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 선생님은 오디션에 특화해 연습을 시키는 분으로 많은 제자들을 올스테이트 밴드에 합격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실 나는 아이가 이 분을 알아 오기 전부터 이 선생님에 대해 우연히 알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 콘서트 홀 내 자리 바로 뒷 줄에 앉아서 무대 위 학생들을 가리키며, 


“쟤, 쟤, 쟤를 내가 가르치고 있는데 다 올스테이트 밴드가 됐어.”


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내가 어쩌다 듣게 되어 뒤를 돌아보고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으로 ‘프라이드가 대단하시다. 연락처 좀 물어볼까?’ 생각만 했었는데, 나중에 아이가 딱 그분을 선생님으로 찾아오니 신기했다. 

그 선생님은 제자들의 콘서트를 다 보러 오셨다. 그냥 가르치기만 하고 콘서트는 어쩌다 한 번 오셔서 체크할 수도 있을 텐데, 따박따박 콘서트 장에 나타났고, 끝나고 나서 아이들과 꼭 이야기하고 칭찬을 해 주셨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아이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연습을 하더니, 결국 올스테이트 밴드에 합격했다. 정말 기쁜 일이었다. 


  4. 실력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


올스테이트 콘서트를 보러 장장 4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했어야 했다. 아이는 올스테이트 밴드 콘서트를 위해 이틀 전부터 콘서트가 열리는 대학교로 가서 연습을 했다. 연습을 하면서 그곳에서 선배도 만나고,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콘서트도 콘서트지만 그 보다 친구들과 함께 보낸 재미있는 시간이 힘든 고등학교 11학년 시기 가운데 오아시스처럼 뿜어져 나와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학교 수업 내에서도 아이들은 음악 클래스에서 실력 있는 친구들을 만났고, 서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밴드에서나 오케스트라에서나 가장 맨 앞에 밴드 마스터 혹은 콘서트마스터는 한국인 2세 혹은 한국인이었다. 오케스트라 수업에서 First  바이올린 - 한국인, First 비올라 - 한국인, First 첼로 - 한국인, 밴드 수업에서 First 클라리넷 - 한국인, First 오보에 - 한국인, First 플루트만 중국인이었다. 우리나라 친구들이 어떻게 이렇게 음악 활동에 우수한 지 정말 공연할 때마다 뿌듯했었다. 그들은 서로서로 정보 교환을 하고, 도와주고, 이끌고 밀어줬다. 이제는 다들 미국 내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아마 잊지 못할 고교시절 추억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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