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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09. 2022

공부를 잘하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토대

선배가 정답!


Ethnic Festival이 열렸다. Ethnic Festival 은 여러 국적과 인종의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취지의 축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힘든 학기 중에 즐거운 축제를 통해 노는 시간을 가지는 데 그 의의를 둔다. 학생들은 자신의 국적이나 부모의 국적에 따라 각 나라 전통 공연도 했고,  몇몇 클럽에서는 스낵이나 작은 액세서리, 스티커 등등을 팔면서 수익사업을 했다. 한국 아이들은 몇 년 전부터  K-Pop Dance를 준비해 공연했다. 이를 위해 몇 주 전부터 아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방과 후에 연습을 했고, 이 시간을 통해 더 친해지고 서로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아이들이 공연하는 모습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몰래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왔다. BTS를 연호하는 관객석의 학생들 모습과 준비한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모습이 너무나 뿌듯하고 예뻤다. 




Ethnic Festival 같은 축제들은 모두 학생들이 주관을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축제 준비는 클럽(동아리)에서 이루어진다. 클럽에는 9학년 ~ 12학년 학생들이 모여있으니 자연스럽게 선후배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수업시간에도 만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AP 수업의 경우 거의 고학년에게만 수업이 오픈되어 있고, 9학년과 12학년이 수업시간에 만나려면 9학년 학생의 능력이 아주 출중해서 12학년과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여야만 하기에 수업 시간에 선배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클럽은 방과 후 활동이니 선배들과 후배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이다.

큰 아이는 2 개의 클럽에서 주로 한국계 선배들과 친하게 지냈다.  한국계 선배들은 미국에 온 지 3년도 되지 않은 우리 아이를 잘 이끌어 주었다. 선배들과 잘 지내면 무엇이 좋을 것인가? 처음에는 미국에도 선후배가 있다고? 하면서 과거 나의 중고생 시절을 떠올려 보니,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군기 잡았던 기억이 생각났다. 하지만 미국이라 그런가, 이곳의 선배들은 나이를 거의 따지지 않고, ‘학년이 높다는 이유로 미리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해주는 나이 많은 친구였다. 그리고 선배들은 고등학생에게 아주 중요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정보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공부를 잘하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토대’일까?

바로  ‘정보’이다. 아이의 학교는 한 학년이 900명에 달하는 대형 고등학교이기에 코어 과목(영어, 수학, 사회, 과학)은  같은 과목 선생님이 여러 분 계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선생님께 배워야 잘 배울 수 있는지 그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정보를 바로 선배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마치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선배들로부터 교양과목 교수님 정보를 듣고, 수강신청을 했던 것과 비슷하다. 아이는 선택과목의 시간이 미리 정해져 있었기에 필수과목을 몇 교시에, 어느 선생님 수업으로  듣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했고, 선배들은 경험에 의해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과목별로 알려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선배들은 꽤나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이라, 점수를 쉽게 잘 주는 선생님이 아닌, 점수 얻기는 어려워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소개해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실 미국에 온 지 몇 년 되지 않고, 8학년이 되어서야 ESL 학생으로부터 벗어난 우리 아이에게는 정보로 인한 성적 상승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그럼 이제 간단하다. 이 정보를 토대로 좋은 선생님들 수업을 수강 신청하면 되는데, 문제는 좋은 평의 선생님 수업을 받고 싶다고 해서 신청하기만 하면 다 수강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시간이 정해져 있는 선택과목 시간을 빼고, 다른 과목들을 좋은 선생님이 가능한 시간과 매칭해 시간표를 짜야하는데, 이게 다른 과목 좋은 선생님과 겹칠 수도 있고,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교시에 어느 수학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데, 같은 시간에 좋은 영어 선생님으로 소문난 분의 수업도 겹쳤다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이런 경우, 수학과 영어 중 우선순위 과목을 정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한 과목은  2순위 선생님을 찾아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 학교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학교가 너무 커서 빌딩이 4개 있고, 그 가운데 서쪽 끝 빌딩과 동쪽 끝 빌딩이 도보 7분 거리라는 점이다. (도보 7분이라고 하지만  BTS Night에 걸어본 바에 의하면 최소 10분은 필요했다.) 따라서 서쪽 빌딩과 동쪽 빌딩을 오가는 횟수를 줄이는 노력도 해야 했기에 생각보다 수강신청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다. 


내게 너무도 신기했던 것은 당시 11,12학년 선배들이 굉장히 바쁜 와중이었을 텐데 하나도 불평 없이 후배의 수강신청 상담을 해준 것이다. 한 과목 한 과목을 짚어 이야기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나중에는 교실의 위치까지 고려하며 쏠루션을 주기도 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선배들은 기꺼이 해 주었고, 정말 감동이었다. 이런 선배들을 보고 배워서 그런지 우리 아이도 나중에 후배들에게 수강 신청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방법을 전수해주었다.


완벽한 수강신청은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얻어 수강신청을 하고 나면 그래도 그나마 나은 시간표를 갖게 된다. 여기에 선배들은 자신에게 이제는 필요하지 않은 자료들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어떤 과목은 책을 빌려주기도 했고, 어떤 과목은 필기해 놓은 자료집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렇게 까지 되면 정말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미국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공부 외에 여러 가지 활동을 너무 많이 했어서 성적이 예상보다 훌륭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선배들의 도움에 힘입어 교육열 강한 경쟁적인 학교 안에서 그나마 그 정도로 따라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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