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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04. 2022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한
과외 활동 스펙 만들기(2)

EC 실패 사례 - 무리하고 무모한 도전

둘째는 어차피 운동 관심이 없어 나의 관심은 오로지 첫째에게만 주목했다. 

첫째는 한국에서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축구를 했으며, 초등학교에서도 스포츠센터 축구팀에 조인해 활동했고, 고학년 때에는 농구도 배웠었다. 그래서 나는 큰 애가 운동신경은 있을 거라 생각했으며, 어떤 운동을 하든 금방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 테니스를 선택한 이유


미국에 와서 처음에는 지역 유스 축구팀에 조인을 했다. 중간에 합류한 거라 아마 실력과는 상관없이 그냥 인원이 비는 팀에 들어간 듯싶다. 축구팀은 일주일에 3번 연습을 하고, 한 번 다른 팀과 시합을 했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축구장을 보니 광활한 벌판에 청소년 사이즈의 천연 잔디 구장이 8-9개 보인다. 어찌나 이 환경이 부럽던지.. 이런 환경이라면 누구라도 운동을 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축구 시합을 몇 번 하고 한 시즌이 끝난 후 큰 아이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너무 자주 있는 연습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힘들었지만, 그보다도 축구 플레이어 하는 친구들의 체격이 너무 단단해 보여 자꾸 피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나의 아이는 비쩍 마른 체구여서 아마 그 친구들과 부딪힌다면 날아올라 나가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다칠 위험도 있고 결국 축구를 그만두었다. 

그 후, 중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농구에 도전했다. 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힘들다고 했다. 더더군다나 그 수업이 선수 레벨과 레크리에이션 레벨로 나뉠 때 선수 레벨에 들어가지 못해 농구를 계속할 이유는 더 이상 없어 보였다. 

결국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어떤 운동을 할지 정하지 못한 채 여름방학이 되었다.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서 아이와 스포츠 하나를 골라 배우자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가장 안전해 보이는 - 그러니까 다른 플레이어들과 부딪치지 않고, 몸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 스포츠를 고르다 보니 테니스가 나왔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스포츠라고 듣기도 했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방학 동안 기본기를 다지고 9학년 때 조금 열심히 하면 11학년 때쯤 되면 Varsity 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시티는 학교 대표팀 선수를 일컫는 말로 주전으로 뛰면 바시티, 후보 선수군 이라면 주니어 바시티라고 한다.


   2. 의욕으로 충만했던 9학년


그렇게 테니스를 시작했다. 방학 동안 테니스 개인 강습을 받았고, 어느 정도 기본은 모두 배우고 난 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테니스 팀에 들어갔다. 그런데 테니스 팀의 운영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4개 학년 선수가 거의 150명에 가까운데, 그들을 일렬로 순위를 매겨 플레이어 리스트를 만든다. 바시티로 활동하는 선수들부터 순위는 매겨지고,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게 되면 가장 아래인 60위권 바깥에서 순위가 매겨진다. 그런데 고등학교 테니스 팀에 들어가기 전에 중학교에서 활약했던 선수이거나 코치가 실력을 아는 선수들은 먼저 순위가 매겨진다. 그러므로 아무 정보가 없이 팀에 조인한 선수들은 그냥 80위권 정도부터 랜덤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랜덤으로 순위가 매겨진 선수들은 일대일 경기를 치르고 그 경기 결과에 따라 이긴 선수가 순위가 올라간다. 예를 들어 80위 선수와 130위 선수가 경기를 치러 130위 선수가 이기면 이긴 130위 선수가 80위 언저리로 랭크되고, 경기에서 진 80위 선수는 순위가 떨어진다. 이렇게 매주 2 경기 이상의 시합을 10월 중순까지 하고, 최종 순위가 매겨진다.    

     일대일 경기는 각자 두 플레이어의 스케줄을 조정해 약속을 잡아야 하며, 일주일에 최소 2경기 이상의 시합을 해야 한다. 만약 한 플레이어가 경기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 그 선수가 진 것으로 간주하며 여기에 학부모는 경기 참관 및 간섭, 통제를 하지 않는다.    

     또한 9월 중순부터는 다른 학교와의 경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경기 스케줄을 잘 확인해 경기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확인한 우리 아이의 순위는 130위권으로 기억한다.  큰 아이는 매주 시합을 2번 하면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는데, 그래도 의욕이 높았던 때인 데다가 다른 활동이 많이 없었을 때라 열심히 참여했다. 최종 순위는 90위 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을학기가 끝나면서 테니스팀에서 열심히 발전한 것을 인정하는 상도 받았다. 


  3. 테니스를 그만둔 이유   


10학년이 되었다. 테니스 팀 순위 리스트가 나왔다. 100위 근처였다. 아이는 실망했지만 작년처럼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테니스 경기 약속을 한 아이가 취소를 하겠다고 했다. 아이는 반기며 자신이 이긴 걸로 리포트하려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경기를 취소한 학생의 아빠로부터 문자가 왔단다. 아이 아빠가 그건 자신의 아이가 잘못 보낸 것이니 경기를 하자고 하는 문자였다. 아들은 고민했다. 그런데 그 아빠로부터 또 문자가 왔다. 코치에게 자신이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규칙 위반이었다. 하지만 그 아빠가 다시 몇 개의 문자를 다시 보내며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결국 아들은 다시 약속을 잡고 경기를 하기로 했다. 

그날, 나는 테니스 코트에서 똑똑히 보았다. 아들과 경기를 하기로 했던 백인 미국 아이의 빨개진 볼을 말이다. 두 손으로 부여 잡힌 듯 두 손가락 자국이 선명했다. 하얀 피부라 그런지 더 도드라져 보인 것은 내 느낌이었을까. 눈은 울었는지 충혈된 모습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지나치며 멀리 보이는 그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꼿꼿하게 서서 위압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무척이나 고집 세 보이고, 말이 안 통해 보이는 '불통'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열심히 하고 와라. 아이는 불쌍하고, 아빠는 신고하고 싶은 만큼 무섭구나. 져도 괜찮다.” 아들은 그래도 승부욕이 있어 열심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간에 코트에 문제가 있어 다른 코트로 옮기고 하면서 의욕이 떨어졌고, 그냥 졌다고 한다.

나는 내 영어가 부족해 이 일을 자세히 감독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정말 화가 났다. 새로 부임한 코치가 규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감독에게 대강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한 후, 감독은 나중에 부모들은 개입하지 말라고 다시 안내했을 뿐 아들에게 따로 다른 설명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도 그랬지만 아들도 급격히 테니스팀 활동에 대해 의욕이 없어졌다. 학교 테니스팀은 거의 매년 스테이트 챔피언을 도맡다 시피하는 유명한 팀이다. 만약 이런 팀에서 바시티에 들어간다면 커다란 과외활동의 스펙을 또 하나 만드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맞닥뜨린 친구들은 모두 실력도 좋았고, 그 가운데 한 친구는 자신이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했단다. 알고 보니 테니스 대표 선수가 되는 친구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테니스를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했고, 때문에 학교 테니스 팀 감독도 그 선수들을 알아보고 미리 높은 순위에 랭크해 놓은 후, 경기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 번 다른 학교와의 경기에 이기고, 스테이트 챔피언도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가운데 정말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그 운동 종목 선수로 대학교에서 스카우트를 해가기도 하므로,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배운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너무 무모하고 무리한 도전을 시킨 셈이 되었다. 

아이는 결국 주니어 바시티에 머무른 채, 그 후 테니스팀에서 나왔고 테니스팀에서 받으려 했던 체육 과목 크레디트를 받지 못해 다시 체육 과목을 들어야만 했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 내에 배운 테니스로 어디 가서 테니스는 칠 줄 알게 되었으니 한 종목의 스포츠를 배웠다는 데에 그 의미를 둔다. 

그리고 그 후, Esports 팀의 일원으로 스테이트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어 여하튼 스포츠 하나를 스펙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었기도 했다. 



음악이나 스포츠 활동으로 과외 활동 경력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


음악이나 운동이나 모두 시간을 잡아먹는 활동이다. 

배우는 데 들이는 시간, 그리고 이를 발휘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밑 빠진 독과 같다. 

악기 연주는 시시 때때로 공연을 해야 하며, 이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해야 하며, 오디션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 공연을 하기 위해 콘서트 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대회에 나간다면 그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도 빠뜨리면 안 된다. 

운동 경기도 대표팀으로 발탁되기까지의 연습 시간, 시합 시간, 그리고 시합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홈과 어웨이 경기가 있는 운동일 경우, 홈경기는 그나마 낫지만 어웨이 경기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여기에 투자할 충분한 시간이야말로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은 학업을 등한히 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이 시기는 시간과의 싸움이 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과외 활동으로 뺏기는 시간을 줄이려면 고등학교에 올라오기 전 자신의 활동 수준을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올려놓는 것이 좋겠다. 만약 어떤 악기를 배워 고등학교에 올라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높은 수준이 된다면,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연습을 하면서 고등학교 공부와 다른 활동도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음악과 운동이 아닌 다른 활동에 도전해 과외 경력을 쌓는 것이 좋겠다. 과외 활동은 무궁무진하니 너무 여기에만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것을 개발해 나만의 스펙을 쌓는 것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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