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상에 완벽한 사회는 없다. 나에게 더 맞는 사회가 있을 뿐. 그렇다면 내게 더 맞는 사회는 어디일 것인가. 이럴 때는 정말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6개월 미국에서 6개월 여행하듯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이제는 내게 맞는 사회를 하나 골라야 할지도 모른다. 한 가지 위안을 삼을 만한 현실은 두 사회 모두 장단점이 있고, 어디든 완벽한 사회는 없다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000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 갈 거야.” 미국에서도 똑같았다. 미국인들도 누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 갈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실제로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구글에는 캐나다 이민이라는 검색어로 인해 잠시 서버가 불안정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어디에 살고 있든 사람들의 생각은 다 똑같다는 이야기다. 두 사회에서 모두 살아보고 장단점을 알고 있는 나는 어쩌면 어디에서 살 든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누군가 내게 물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유학이나 이민을 권할 것인가 아니면 되도록이면 가지 말라고 할 것인가. 물론 이는 단순히 대답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 하에 나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살아보기를 권장한다. 야생에 던져지는 초식동물 같다면서 힘들어 보이는 도전을 하라고 하다니 너무 무책임한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조건을 만족할 경우에만 이민 가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조건이란 우선, 그 나라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나서 갈 것, 둘째 확실한 직장이나 직업을 정해, 가서 생활할 수 있는 최소 비용을 번다는 가정하에 갈 것이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사람들 사이의 뉘앙스라든지, 분위기 파악은 눈치껏 해야 한다. 새로 나온 슬랭이나 어느 특정 세대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눈치도 쉽지 않다. 그래도 그나마 그 나라의 언어를 어느 정도 한다면 나중에 편한 사람에게 살짝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끼리 하고만 소통하겠다는 의도라면 유학이나 이민을 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외국인과 사귀고 그들의 문화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다면 ‘한 달 살기’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로컬들의 진짜배기 삶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내 생활이 우선 안정적이어야 그런 여유를 가질 시간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이민을 가려면 최소 어디에 취직을 하고 혹은 어떤 일을 해서 그 사회에서의 최소 생활비를 확보하고 난 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너른 광야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미국의 도로를 운전하면서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넓은 땅에 한국인들이 통째로 넘어와 도시 혹은 타운을 만든다면 정말 그 동네는 편리하고 안전하며 정확한 일처리로 다른 미국 도시들의 부러움을 사는 스마트 도시가 될 텐데 하고 말이다. 이 글이 내가 생각하는 똑똑한 한국인들에게 또 다른 삶의 길을 소개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