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제 학교 상주 KSL 교사가 필요하다.

by 생글

겨울 방학이 되면서 한국어 수업은 끝났고,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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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계속 수업을 할 수 없어서 이제 못 만난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는데도

한 아이는 또 만나고 싶다는 쓴 카드를 주었다.

아쉬운 마음에 같이 사진을 찍고,

헤어지면서 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 나면 연락하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 연락이 오리라고는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진짜로 아이들에게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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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심지어 전화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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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입국 학생들은 여러 가지로 힘든 점에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외로움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어가 서투른 초기에는 한국 친구들을 만들기 힘들고,

만든다 해도 방과 후나 주말에 따로 만나는 경우는 드물고, 학교에서나 이야기할 수 있다.

같은 나라에서 온 또래 친구들이 있으면 그래도 괜찮은데 그런 경우에는 편한 모국어로만 이야기하므로 한국어가 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방학이 되면 맞벌이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낮 시간을 주로 혼자 보내게 된다.

나와의 통화를 통해 잠깐이나마 한국어 말하기를 한다면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하루 10분 정도는 전화할 수 있다.




미국에서 교포들 사이에 하는 말이 있었다. 영어와 학교 수업에 쉽게 적응하려면 적어도 미국으로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는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처럼 외국 학생이 한국에서 한국어와 학교 수업에 쉽게 적응해 살아가려면 내 생각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때 정도에는 한국으로 와야 할 것 같다. 그만큼 한국어가 어렵고, 학교 수업 수준이 높다. 지금 3-4학년인 내가 가르친 이 학생들은 생활을 위한 한국어 수준은 어느 정도 된다고 하더라도 교과 수업 수준은 이제 초등 1학년 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겨우 겨우 2학년 수준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데 5학년 교과 수업을 들으면 이해를 못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눈치로 알아듣고,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수준에 제 학년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초등학생부터 정말 정말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현재 초등학생이니 조금 나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학교 2학년 때 입국한 한 학생은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요리 특성화반이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으니 말이다.


처음 중도 입국 학생을 가르치러 갔을 때 담당 선생님께서 내게 한국어도 하면서 기초 학력 보충도 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한국어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면 기초 학력을 보충하는 수업도 연계해주어야 한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의 수준이 제각각이라 도움을 주는 데 있어서 학생에게 맞는 구체적인 방법을 총괄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KSL 선생님의 책임 지도하에 기초 학력 보충이 필요한 학생은 기초학력 보충 수업을, 수업 시간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수업시간 도우미 수업을, 따로 한글 수업이 필요한 학생은 별도 수업을 마련해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수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중도 입국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는 KSL 선생님이 상주하셔야 하고, 학생들에게 맞춘 커리큘럼으로 학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교육청에서 총괄해 이를 조율해 줄 KSL책임 교사가 있으면 좋다. 교육청에 등록할 때 한국어 테스트를 공지하고,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도움을 줄 건 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행하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공교육에서의 한국어 수업 14시간 제한은 비용 절감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학생들의 교육 효과에는 가성비가 떨어진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몇 시간의 방과 후 한국어 교육으로는 메꿔질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게다가 그들이 받아야 하는 교육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아니라 제2언어로서, 그들이 한국에서 학교 교육을 받는데 꼭 필요한 교육이다. 주당 최대 14시간 교육받아서 어떻게 모국어 학습자들과 함께 대등하게 공부하란 것인 지 도통 모르겠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만 봐도 그렇다. 이 학생들은 굉장히 열심히 했고, 잘 따라왔기에 조금은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꽤 많은 양의 숙제를 내줬다. 이렇게 집중적인 한국어 수업을 잘 받았기에 교사인 나는 조금은 기대감을 가지고 초중생을 위한 "책과 함께 KBS 한국어 능력 평가"의 모의시험을 시도했다. 교육 시간이 모자랐기에 시험에 나온 본문을 같이 공부한 후, 문제를 풀게 했다. 마치 국어 문제집을 풀 듯이 말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결과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일정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한국어가 필요한 학생에게 더 많은 교육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모쪼록 교육 당국에서 늘어나는 외국계 학생들을 위해 효과적인 한국어 수업을 제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은 물론 필요한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까지 제공해, 앞으로 한국인이 될 수 있는 이 학생들이 얼른 한국 학교와 공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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