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수업에서 학생과의 일대일 수업은 학생의 실력 향상에 정말 효과가 좋다. 그 학생이 부족한 부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고, 학생이 잘 못하는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반복 연습하면서 맞춤 학습을 할 수 있다. 학생의 수준에 따라 가르칠 수 있으니 학생도 나도 가장 능률이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그룹 활동 수업을 하면 1인 수업에서는 보충할 수 없는 대화 연습이 가능하게 되어 실력이 급상승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배우고 따라 하며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 나온 교실 활동들은 사실 교재 중간중간에 나오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활동들이 모두 간단하고 쉬웠는데 아이들은 정말 신이 나서 활동을 했다.
1. 좋아하는 음식 레시피 발표하기
음식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된 관심사인 것 같다. 교재에는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쓰고 그림 그리기,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경우, 아니면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 음식의 이름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 짜장면을 몰라서 중국에서 온 학생이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사진을 먼저 보여주었다. 그리고 맛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면 음식이 어떻게 생겼고, 뭐가 들어갔으며 무슨 맛인지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음식 사진을 보며 각자 말해 본 후에 레시피까지 다시 정리해서 발표해 보는 활동을 했다.
주제가 먹는 것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아주 활동을 하면서 아주 즐거워했다.
교재 활동 소개: 교재에 제시된 활동 (좋아하는 음식 이름 쓰기, 그림 그리기, 질문에 답하기)을 설명
사진 자료 활용: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 사진을 보여주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유도
음식 설명 및 레시피 발표: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레시피를 정리하여 발표하는 활동 진행
2. 일기 예보
기상 예보관이 되어 일기를 발표하는 것은 날씨에 대한 어휘와 과학 시간에 배우는 온도 개념에 대해 알려주는 활동이다. 한국의 날씨를 말하는 것은 모두 같은 내용을 말하게 되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각각 다른 나라의 날씨를 검색해서 알아본 후에 이를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했다. 동영상 촬영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발표를 외워서 해야 했다. 촬영을 한 후 같이 다시 보면 자신이 어떻게 말하는지 발음은 물론 태도까지 볼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이 기록되는 거여서 그런지 학생들이 조금은 진지하게 임했던 활동이다.
날씨 조사: 학생들이 각자 다른 나라의 날씨를 검색하고 조사
발표 준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동영상 촬영을 위해 발표 내용 암기
동영상 촬영: 학생들이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함께 시청 및 피드백: 촬영한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자신의 발표 모습 (발음, 태도 등)을 확인, 서로 피드백 제공
3. 뒤에 이어질 글을 상상해서 쓰고 발표하기
시간이 날 때마다 동화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못해 안타까웠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항상 독후감이나 줄거리 요약 또는 여러 가지 독후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뒤에 이어질 글을 상상해서 쓰는 활동을 몇 번 했다.
책을 아주 많이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학생이 두각을 보였다. 문법이 완벽한 매끄러운 글쓰기는 아직 못했지만 충분히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글이었던 데다가 가끔은 아주 엉뚱한 생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이를 테면 로봇이 수업을 해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미래의 교실에 대해 생각하고 글쓰기를 했는데, 로봇 교사를 모두 없애고 다시 사람이 교사가 되어 교실에 모여 수업을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글쓰기 활동이었다.
4. 대본으로 고쳐 써 보기
비슷한 활동으로 동화를 읽고 대본으로 고쳐 써 보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은 문어체로 쓰인 글을 구어체로 바꿔 써 보는 의미 있는 활동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어떤 장면들을 대본에 넣을 것인지 교사가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
학생 혼자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대본으로 바꿔 쓰기 전에 어떤 장면들을 대본으로 쓸 것인 지, 어떤 인물들을 등장시킬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극 대본처럼 쓰도록 한다.
조금은 시간이 걸리는 활동이어서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은 숙제로 해 오기도 했다.
대본으로 만들고 실제 연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힘들었을 텐데 몇 장에 걸쳐서 대본으로 완성한 학생들은 아마 이 활동을 하는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을 것이다.
5. N행시 짓기
3행시에 대해 몰랐던 아이들에게 3행시를 알려주었다. 학생들은 3행시가 너무 신기했던 듯하다. 그래서 집중해 3행시를 짓고 재미있어했다. 그러더니 2행시를 지어도 되냐, 4행시를 지어도 되냐며 스스로 확장 활동까지 했다. 말이 안 되는데 말이 되게끔 N행시를 만들며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었다. 잠깐 동안 초집중할 수 있는 교실활동이었다.
6. 인형극
서울쥐와 시골쥐 손가락 인형 연극 활동을 해보았다. 실제 손가락에 끼고 움직이며 목소리를 변조해 말하니 재밌을 수밖에 없다. 교재에 말풍선 대본도 다 나와있어 활동하기가 아주 쉽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여주었더니 깔깔거리며 웃고 신이 났다.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촬영하겠다고 해서 2-3번 재촬영하기도 했다. 이렇게 반복하면서 대사를 모두 외우게 된다. 재미와 교육을 모두 잡은 활동이었다.
7. 나의 꿈 발표하기
재미로 하는 활동도 있지만 사뭇 진지했던 활동도 있었다. 꿈이 많아서 아직 못 정한 학생도 있고, 어떤 학생은 벌써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기도 했다. 이를 정리해 글을 쓰고 발표한 후에 서로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가장 좋았던 점은 한국 학생들과는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중도 입국 학생들끼리 서로의 꿈과 계획을 공유하면서 얘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친해지기도 했다.
한국 학생이라면 아마 좀 더 심도 있고 복잡한 활동들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이런 간단한 활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국어로 활동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활동하는 시간들이 학생들에게 오아시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는 듯하지 않는 듯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간이 가능한 한 활동 중심 교육을 하도록 노력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