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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an 04. 2017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의 죽음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폴은 어렸을 때부터 삶과 죽음, 도덕과 과학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뇌의 역할, 인간의 존재, 의미를 찾는 철학적 사유를 했다. 그를 바탕으로 배운 것들을 직접 실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실제 신경외과 의사가 되어 연구하고 아픈 사람들을 만났다.


의사였던 그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따뜻한 의사였다. 갑작스럽게 슬픈 소식을 들어야 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최대한 열심히 설명해주고, 최선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는 단지 직업의사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피를 봐도, 아픈 부위를 봐도 그저 지나갈 일과처럼 느껴지는 것을 경계하고, 환자들의 마음까지 공감해주는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었다. 게다가 능력도 좋아서 여러 곳에서 인정도 받고 최고의 커리어를 쌓을 때쯤..


의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환자로 입원하게 된 그는 자신이 직접 그간에 만났던 환자들처럼 실제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죽음 없는 삶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하며 의연하고 침착하게 마주하지만, 그 와중에 드는 혼란스럽고 서글픈 오만가지 생각을 글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 지라도 알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라며 불확실한 미래를 어떤 역할로 알차게 보낼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시간의 한계, 인생의 길이가 느껴졌다.


죽음을 다룬 책들을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 남은 삶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나 대신 먼저 죽음을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반드시 마주해야 할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올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숨 쉬는 이 시간 동안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삶과 시간의 소중함,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내 건강의 소중함, 나라는 존재의 삶의 목적 등등.. 이 책도 깊이 생각할 주제들을 놓아두었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내려놓는 그 순간을 글로 담아준 서른여섯 살 의사에게 감사하며.






* 남겨두기


도덕적인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 - 66 p.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 142 p.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 161 p.


과학을 형이상학의 결정권자로 보면 세상에서 신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의미도 함께 사라져 버리고, 이런 의미가 모두 사라진 세상은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 할 수 없다. - 201 p.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 233 p. 


생과 사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으며, 그럼에도, 혹은 그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적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 - 26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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