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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Nov 27. 2017

고통 속에서도 붙잡아야 할 것

빅토르 E. 프랑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지만,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참고 견딜 수 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만 알아도 사람은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그가 그 악랄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안에 있을지라도.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을 읽다가 발견한 보석같은 책.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벌어진 참혹한 일들을 직접 경험하게 된 저자는 자신과 수용자들이 겪은 일들을 통해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했다. 삶에 사랑이 있고, 목적이 있고, 내 생명을 통해 이 세상에서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면, 그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는 것.

프로이트는 많은 사람들을 똑같이 굶주리게 하면 개인적인 차이가 모호해져 결국 똑같이 남는 것은 식욕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소개한 극한 상황의 아우슈비츠에서는 개인적인 차이가 모호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선과 악에서 선을 선택하고, 삶과 죽음에서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어제 방문했던 당인리 책발전소에 이 책이 들어와 있었다. 조금 어려운 책을 읽고 싶다면 읽어보라고 적혀있는 칸에 이 책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얼마나 몰입이 잘 되는지 책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수용소 안에 갇혀있다고 착각할 정도인데, 그렇기 때문에 또한 나의 삶의 의미를 또렷이 하자고 실제적으로 마음을 굳게 먹게 해 주는 책이다.

                                   




* 남겨두기

"수용소 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인간은 행동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웅적인 사람들이 보여준 많은 사례를 통해 냉담은 극복될 수 있고 짜증은 억제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인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억압당하는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조차도 정신적 자유, 독립적인 사고방식의 흔적을 간직할 수 있다." - 108 p.

"죄수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하는 것은 그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에 달려있지, 수용소라는 환경 탓만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그러한 상황에서조차도 누구든지 자신이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기본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강제수용소에 있더라도 인간다운 품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삶을 의미 있고 목적이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아무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이 정신적 자유이다." - 110 p.

"고통이라는 감정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그 실체를 파악하고 나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죄수는 파멸되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면서 정신력까지도 함께 잃어버렸다." - 121 p.

"다른 사람이 자기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책임과 계속 살아남아야 할 책임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애타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 대해, 또는 채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해 책임을 느끼게 되면 결코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참고 견딜 수가 있을 것이다." - 129 p.

"집에 돌아온 사람에게 있어서 모든 경험 중 최고의 경험은 모든 고통을 겪은 후에 이제는 하나님 이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경이로운 느낌이다." - 147 p.

"사실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마음의 평정을 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긴장하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긴장이야말로 정신건강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이다. 내가 감히 말하거니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생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 사람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마음의 안정, 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항상성, 즉 긴장 없는 상태라고 하는 것을 나는 정신건강상 위험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가치 있는 목표와 자유의지로 선택한 일을 위한 노력과 투쟁이지, 긴장 없는 상태가 아니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떻게든 긴장을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잠재의미를 불러내는 것이다." - 160-162 p.

"자기 자신이야말로 실현해야 할 의미, 또는 직면해야 할 또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대해 잊으면 잊을수록 그만큼 인간은 더 인간다워지며 또한 자기 자신을 더 잘 실현시킬 수 있다. 소위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절대 아니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목표에서 빗나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자아실현이란 자아초월의 부수적인 결과로서만 가능한 것이다." - 169 p.

"어떤 면에서 고통은 희생의 의미와 같은 어떤 의미를 찾는 순간부터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 172 p.

"인간은 다른 여러 사물들 속에 있는 한 가지 사물이 아니다. 사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결정하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결정적인 존재이다. 주어진 재능과 환경의 범위 안에서 어떤 인간이 되었는가는 그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199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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