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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Aug 07. 2017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소설

미야시타 나츠, 『양과 강철의 숲』

                                                                                                                                                                                                                                                                                                                                                                                                                                                             




어른이 되고 나서 확 꽂힐 때가 있었다. 피아노 학원 방 안에서 피아노 한 번 치고 진도표에 동그라미 한 번 치고, 한 번 치고 동그라미는 여러 번 치면서 억지로 쳤던 그런 피아노 소리가 아닌, 진짜 마음 속에서 탄성을 자아내는 예쁜 피아노 소리에.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매력 넘치는 그 소리에 여전히 푹 빠져 있다.


이 책 주인공도 그런 것 같다. 학교 체육관 피아노가 조율된 후 피아노에서 나던 소리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그 소리에 이끌려 조율사의 길을 가게 된다. 숲을 좋아하던 소년은 양털 해머와 강철 현으로 이루어진 숲 속에서 어떻게 하면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생각한다. 피아노 조율은 그냥 고장난 건반을 고치고 안 맞는 음을 맞추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조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아노의 음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여러 의뢰인들의 피아노를 조율하면서 주인공은 소심소심하지만 열심히 의뢰인들의 성격에 맞춰 하나하나 조율해 나간다.


"재능이란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대상에서 떨어지지 않은 집념이나 투지나, 그 비슷한 무언가." 주인공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관해서는 소설로 봐서는 잘 모른다. 다만 그는 피아노를 무지막지하게 좋아할 뿐. 그것이 바로 재능이라고 하니 재능이 있는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다른 어떤 것 보다도 공간과 피아노, 연주자에 맞춰 적절한 음색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집념을 볼 수 있다. 


일본 소설은 잘 고르면 정말 다정하고 한없이 따뜻하다. 하루를 마감해가며 나른한 밤 11~12시에 부담없이 쉬엄쉬엄 읽어갈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덧. 디지털피아노를 살까말까 고민할 때,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느낌. 결국 피아노는 샀다고 한다......^^







* 남겨두기


"강철 현이 똑바로 뻗고 그 현을 때리는 해머가 마치 목련 봉오리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는 광경을 볼 때마다 등이 꼿꼿하게 펴졌다. 조화를 이룬 숲은 아름답다." - 25 p.


"분명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세상 모든 곳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다." - 27 p.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감정은 순수한 기쁨이다." - 75 p.


"'피아노로 먹고살 생각은 없어요.' 

가즈네가 대답했다.

'피아노와 함께 살아갈 거야.'" - 198 p.


"하얀 경자동차에 조율 도구를 싣고 기분 좋게 운전해서 가게로 돌아왔다. 작년의 내가 피아노에 남긴 것을 올해의 내가 새롭게, 좀 더 좋게, 만들어간다. 내년의 나는 아마 실력이 더 좋아져 있을테니까 좀 더, 좀 더 많이 좋아질 수 있겠지." - 22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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