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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an 29. 2016

말로 고민해 본 사람들에게

편석환,『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고, 말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던 적이 많았던 터라 이 책은 서둘러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딱히 몰랐던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말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그렇지만 다소 신선한 시도이기에, 그리고 말의 중요성은 알아도 계속 깨달아 가며 체득해야 하는 것이므로 다시 한 번 내 마음에 모래바람을 일으켜보기 위해 읽어보기로 했다. 


필자는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다. 말과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묵언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그러나 성대종양으로 인해 목을 아껴야 하는 상황으로 자의반 타의반 말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 가운데서 깨닫게 된 것들을 캘리그라피와 함께 짤막짤막하게 적어 놓았다. 필자는 40여 일간 말을 하지 않음으로 내면의 발견과 마음의 성숙을 이루어 간다. 


가벼워지는 세상을 반영하듯 모두의 말도 가벼워지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장난섞인 말, 그 속에 담겨 상대를 흠집내는 날카로운 말, 나의 입장만 고집하여 쏟아내는 말들.. 내가 하는 말들로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유익을 얻을까? 얼마나 해를 받을까? 하루에도 수 백개씩 쌓이는 그 많은 '말더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얻게 되는 것일까?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담고, 한 마디 한 마디에 정성을 담게 되기를 원한다. 입을 제어하기가 어찌나 힘이 드는 일인지, 성경에는 말에 온전한 사람은 모든 것이 온전하다는 말까지 있다. 말은 화자의 성품과 그 마음에 품은 것을 보여주는 척도인데, 필자의 말처럼 우리는 말도 말이지만 그 마음부터 가꾸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다른 내용을 적는 것보다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여기에 남겨두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노자의 《도덕경》에 있는 말이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아니 하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도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대와 지역을 달리하는데도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도덕경》과 우리 속담은 서로 닿아 있다.


사람들은 남을 설득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입을 너불댄다. 그렇지만 설득의 방식에 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변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다리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변할 때도 있지만 내 생각이 변할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이든 상대방이든 누군가 변한다면 기다림은 그 자체로 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자기 과시적이다. 내가 많이 알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겠지만 세계적인 석학들치고 말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말을 잘한다는 것과 많이 아는 것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은 없는지 돌아보고 나서 떠들 일이다.


우리는 말에 갇혀 살고 있다. 그동안 말로 인해 얼마나 눈멀고 귀먹어왔는가. 말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은 묵언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평소 우리가 말을 하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는 말의 지배를 받고 있다. 뱉은 말에 대한 책임부터 타인과의 말 경쟁, 스스로의 말꼬임까지 가만히 있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말을 함으로써 벌어진다. 내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 말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면 말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말들이 끔찍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말을 내뱉고 살았던가?


살아가면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자신을 돌아보며 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고 삶이 좀 더 성숙해진다. 나를, 내 살아온 삶을 정리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귀는 열어두고 말은 삼키는 것이 좋다. 가까운 사이라도 가급적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백번의 충고보다 한 번 들어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


누군가 열심히 떠들고 있다면 무서워서일 것이다. 우리는 고요가 무섭고, 외로움이 무서워서 떠든다. 누군가 옆에서 떠들고 있다면 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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