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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Apr 26. 2018

즐거운 일을 즐겁게 하면 된다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아나운서도 하고, 라디오도 하고, 음원도 내고.. 내가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은 다 해서 나의 부러움을 샀던 사람이.. 이제 카페가 있는 책방을 열어 또 한 번 나의 부러움을 샀다. 나도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담한 서점의 주인이라고 하면 으레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며 책을 읽는 그런 한가로운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많은 이들이 그렇듯 노후의 나의 꿈 중 하나이기도 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도서관 사서에게도 그런 인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도 꽤 틀린 상상이다.) 물론 당인리책발전소의 가오픈 시즌에 방문했을 때 봤던 사장님이 주문을 받으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한 나에게 "따뜻하게 드릴까요, 차갑게 드릴까요?"라고 물어봤을 때부터 조금은 감이 왔다. 아 서점 일도 만만치 않구나. 그렇지만 사장님이 부러웠던 건, 하고 싶은 일을 물 흐르듯 어느새 하고 있는 그 모습 때문일 거다. 영수증에 적혀 있던 "대표: 김소영"이라는 글자가 무척 대담하고 씩씩하게 느껴졌다. 나랑 친한 사람도 아닌데, 인스타 팔로워로서 지낸 세월이 있어 그런 것일까.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들은 많이 알려져서 대부분 알고 있을 거다. 그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도쿄에 서점 투어를 떠나고, 그곳에서 동력을 얻어 '당인리책발전소'라는 책방을 열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나만큼이나 무난한 삶을 살았을 시간 속에서 전에 없던 격동의 시기를 겪었을 사장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장님이 사표를 내고 도쿄에 다녀온 덕분에 나도 그곳의 여러 책방들을 다녀볼 수 있었다. 다양한 서점들의 특징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신기한 아이디어들은 체크를 해 두면서 읽었다. 도서관에도 언젠가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은 것들. 큰 것부터 아기자기한 것까지 다양했다. 이 여행 테마가 마음에 들어서 나도 언젠가 다른 도시로 서점 여행을 떠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견학? 염탐? 아무튼, 특히 일본에는 다른 업종들이 그렇듯이 오랜 시간 이어져오고 있는 서점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책을 사랑받는 대상으로 만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다.

책을 사이에 둔 남편과의 꽁냥꽁냥한 이야기에서는 약간 '신혼일기'의 느낌도 나고, 도쿄의 거리 이곳저곳을 묘사하며 특히 먹을거리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볼 때는 여행 에세이의 느낌도 나고,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에서는 지난번에 읽었던 『지적 자본론』의 느낌도 나고, 『서점은 죽지 않았다』 같은 책의 느낌도 났다. 글쎄,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서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회사가 싫어서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 도쿄에 가고 싶은 사람? 책 좋아하는 남편과 결혼하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한 사람? 글을 쓴 오늘을 기준으로 벌써 6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또 다른 서점의 큐레이터들은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할지도 궁금하다. 뭐가 되었든, 틀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가장 먼저 소개될 것 같다. 자유로움과 동시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테니.


* 남겨두기

"거의 매일 밤 우리는 나란히 누워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가끔 궁금하면 서로의 책에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먼저 잠든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 책 읽는 즐거움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머리맡은 얼마나 황량했을까." - 108 p.

"비단 책뿐 아니라 길거리에 걸린 광고판, 신문 기사, 텔레비전 자막, 편지와 문자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텍스트를 읽는 행위 자체에 중독된 사람으로서 나는 글이 설 자리를 잃은 미래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두툼한 책으로 엮고, 또 시간을 들여 길고 긴 글을 정성껏 읽었으면 좋겠다." - 296 p.

"즐거운 일을 즐겁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앞으로 나와 우리 책방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벌써부터 50년 차 책방지기가 될 수 있을지를 미리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오늘 하루 더 즐겁게 책을 읽고, 책방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날까지 내가 책 파는 일을 더 많이 좋아해야지. 힘차게 휘파람을 불며." - 305 p.

"책방 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책방을 준비하는 내게, 누군가는 일본에서 장사 기술이라도 배워왔느냐고 물었다. 일본에서 트렌드의 흐름을 읽고 창업한 거냐고. 돈 버는 법 같은 건 하나도 터득하지 못했다. 다만 어느 시간대에 서점을 찾아도 항상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책방이라는 일터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마음을 키운 것 같다. 나도 이 사람들 틈에 끼어도 될까. 나도 도전해도 될까." - 313 p.

"한 주의 책을 선정하면, 작가를 책방에 초청한다든지 책과 관련된 물건을 함께 진열하거나 전시를 여는 등 바쁜 일주일을 보낸다. 꽃에 대한 책을 판매하는 주간에는 서점 전체를 책에서 소개한 꽃들로 꾸미고, 음악 관련 책이라면 서점을 음악 감상실처럼 꾸미는 식으로 독자가 책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니, 일주일 내내 한 권의 책만 놓여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 51 p. (모리오카 서점)

"본인을 '북 코디네이터'라고 소개하는 우치누마 씨는 브랜드 크리에이터이자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획자이기도 하다. … 처음에 그는 평소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책을 둔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카페, 레스토랑, 옷가게 등 서점이 아닌 장소로 책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이었다. 물론 단순히 음식점에 서가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책을 세트 메뉴로 출시하는 등의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가령 사람들이 카페에서 이런 식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라테 한 잔이랑 2번 문고본 하나 주세요.'" - 59 p. (비앤비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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