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사서 Jul 16. 2018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마리암 마지디,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원치 않게 줄곧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살았던 작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고, 그들은 그녀의 어린 시절에 자유의 나라 프랑스로 망명한다.


자유의 나라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망명생활. 아빠는 청춘을 잃었고 엄마는 꿈을 잃었으며, 아이는, 언어를 잃었다. 아빠는 아이가 먹고 싶어 하지 않는 크루아상을 억지로 먹이고, 배우기 싫어하는 프랑스어를 배우게 한다. 딸이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크루아상이 탁자 위에 슬프게 놓여 있다. 
추억도, 정겨운 풍미도 없는 생소한 빵. 
어머니와 나는 불만에 찬 표정을 고집스레 풀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는 화를 내고, 
말 한마디 없이 주름진 눈으로 빵만 쳐다보며 혼자서 크루아상을 다 먹어치운다.


두 언어들의 사이에서 어린 작가는 방황한다. 어떤 언어를 배워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소녀는 마음의 병이 생길 정도까지 고민을 한다. 소녀의 상상 속에서는 두 언어가 싸움을 하기도 하고,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의 약이 등장하기도 한다. 얼마나 마음속의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작가는 그 마음속의 어두움을 문학적으로 예쁘게 적어 두었다.

두 삶의 터전들 사이에서 어른이 된 작가는 그 어느 나라의 사람도 아닌 느낌으로 살아간다. 부모님의 어눌한 프랑스어가 부끄러워지고 프랑스어를 모국어보다 더 잘 하게 된 날, 그녀는 자유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점점 더 프랑스인이 되어 간다. 

하지만, 소녀는 고향의 그 언어를 잊을 수는 없다. 상상 속에서 지워져 가던 친척들의 입. 그녀는 그 입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훗날 소녀는 
프랑스에서 페르시아 문학을 연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2017년에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는 이 책. 한 사람의 순탄치 않은 인생이, 정착 없이 부유만 하던 그 인생이, 문학이 되어 여기 오롯이 남겨져 있다. 마음속의 슬픔이 절절히 드러나지는 않아도, 진한 함축에서 보이는 고민과 그리움은 독자들을 그 망명자의 삶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의 정의를 넓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