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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n 19. 2018

책의 정의를 넓혀

우치누마 신타로, 『책의 역습』



                                                                                                                                                                                                                                                                                                                                                                                                                                                                                                                                                                                                                                        

내가 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남겨두는 경우는 보통 읽은 책이 마음에 들었을 때다. 하지만 이번 책은 마음에 들다가도, 반기를 들고 싶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책에 대한 나의 사고를 어느 정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기억에 남기고 정리를 해둘 필요는 있는 것 같아서 정리한다. 왠지 모르게, 썩 원하지는 않지만, 향후 몇 년 내에는 업무 차원에서 이 책을 기본서로 삼아 연구하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의 독자가 원하는 방향이, 결국 도서관 이용자들이 바라는 방향일 수도 있으니까.

굳이 '책의 미래는 밝다'라고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길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아마도 현재 책의 미래, 책방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책의 역습'이라는 책 제목처럼 과연 책이 세간의 부정적 시선을 뛰어넘어 역습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워낙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이라서, '책'이라고 하면 사전적 정의 그대로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들을 책이라고 인정해주고 그것들만 고집하는 편이다. 그러나 요즘은 전자책도 있고, 휴먼북이라고 해서 지식을 많이 보유한 사람을 책처럼 대여할 수 있는 등 종이를 여러 장 묶지 않아도 책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의 정의를 넓게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저자는 글로 기록되지 않았어도 대담 같이 말로 되어 있는 것이라도 그것을 엮어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성이 있기 때문에 대담, 대화 역시 책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카레도 책이라고 했다. 그럼 도서관이 나중에 카레를 파는 날도 오는 건가.

이 책은 일본에서 성공한 책방 사업모델들을 많이 담고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엄청 신기했다. 이런 사업도 할 수 있구나, 도서관에도 (다소 진보적일 수 있지만) 응용해볼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책방에 관심이 많은 나는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결국 여기서 든 서점들의 성공 사례들이 온전한 책 한 권의 가능성보다는 책+'썸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책 자체의 본질적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책을 어떻게 다른 것과 엮어 판매할 것인가, 하는 데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측면에서 보면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책의 저작권을 지키기보다 독자의 사정을 우선시해서 인터넷 상에서 공유를 하고 논의의 발전을 지향해야 결과적으로 책의 매상이 오른다는데, 이와 같은 대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저자인 우치누마 신타로 씨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진짜 독자의 사정을 위해 이 책의 전문이 모두 온라인으로 공개되어도 좋은가요? 제가 한번 올려볼까요?"

"책은 이미 정의할 수 없고, 정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책은 모든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집어삼켜 영역을 횡단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야말로 저는 '팔리지 않는다', '활기가 없다'라는 말을 계속 들어온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역습'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저자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이 말에 도서관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계속 의문이 생긴다. 책을 정의할 필요가 없다면, 미래의 도서관에는 어떤 것들이 자리를 채우게 될까? 고민이 많이 생긴다.



* 남겨두기

"앞으로 책의 일을 하려고 한다면 책을 둘러싼 상황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가, 사람이 어떻게 책을 만나는가, 사람이 어떻게 책을 즐기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생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0 p.

"그러므로 앞으로 책의 일을 시작하려면 혹은 출판업계 속에서 변하고 싶다면 '출판업계에서는 사정이 있어서 간단하게 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해서 손님에 해당하는 '독자의 사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방법이 유효합니다." - 110 p.

"매상이 내려가는 것을 업계와 독자의 탓으로 하고 가능한 노력과 궁리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집에서 '출판업계는 사양 산업이야'라고 떠드는 어른들도 같은 죄입니다. 어두운 것은 당신의 미래뿐입니다" - 243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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