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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Feb 03. 2016

조선시대 독서론

엄윤숙, 한정주, 『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



간서치 이덕무아저씨를 좋아한다. 그로 인해서 조선시대의 독서쟁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책을 너무나도 깊이 사랑하여 항상 양서를 옆에 끼고 경전을 읊었던 옛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좋다. 평화로운 인상을 받는다고 할까, 고요한 생활이 느껴져서 좋다. 


그래서 골랐다. 이 책! '독서'라는 단어도, '노트'라는 단어도 참 좋았다. 책을 사랑하던 옛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 공부, 독서론 등이 발췌되어 간단간단하게 담겨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책에 대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방법도 각자 다 달라서 아주 상반되기도 한다. 누구는 다독을 권장하고, 누구는 한 책을 깊이 파는 것을 권장한다. 어쨌든 다 그른 방법들이 아니며 주장하는 사람들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발전한 시기이므로 경전을 읽는 태도와 그 방법에 대해 지식인들의 지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내가 만약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성경을 열심히 묵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부분들은 재미없게 느끼거나 읽어도 그냥 흘려버렸을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내가 성경을 묵상할 때의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얼마만큼 정성들여 한 자 한 자 읽어야 하는지, 그 읽은 글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실천하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등등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단순한 조선시대 글로 들어오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태도, 말씀을 대하는 그 순간 경건함과 거룩함을 지킬 수 있도록 다시한번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자극하는 책. 특히 한 번 읽어도 제대로 꼼꼼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독서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 남겨두기


"옛날 범문정이라는 사람은 물에 젖거나 축축해진 책을 바람을 쐬어 햇볕에 말릴 때, 반드시 그 옆에 서서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 또한 책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꼭 네모반듯한 판자로 받들어 옮겼다. 손에서 나는 땀으로 혹시 책이 젖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 21p. 


"옛부터 선각자들은 도리와 학술이 똑바로 세워지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두려워했다. 또 세상의 근심을 홀로 안고 감히 한순간도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심지어 생각하다가 '앎과 깨달음'을 얻으면 한밤중에라도 즉시 촛불을 밝혀 기록했다." -32p. 


"비록 하루 종일 나랏일을 처리하거나 임금을 모시느라 밤늦게 집에 돌아온 후에도 반드시 책을 펼쳐 들고 등불 아래에서 서너 줄이라도 읽은 다음에야 잠자리에 드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과를 하나라도 빠뜨리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사정이 있다고 빠뜨리다 보면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고 하셨다. 또한 일찍이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을 만한 여유를 기다렸다가 책을 펼쳐 든다면 평생토록 독서할 수 있는 날을 찾지 못할 것이다. 비록 매우 바쁘더라도 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틈이 나면 반드시 한 글자라도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 95p. 


"맑은 날 밤 고요하게 앉아 등불을 켜고 차를 달이면, 온 세상이 쥐죽은 듯 조용하고 간혹 종소리만 들려온다. 이때 이 아름답고 고요한 정경에 빠져 책을 읽으며 피로를 잊는다." - 96p. 


"독서하는 사람은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 공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해야 한다.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하고 뜻을 다해 정확하고 세밀하게 사고하고, 익숙해지도록 읽고,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글과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지 입으로만 읽고 마음속으로 얻지 못하고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일 뿐이고 나는 나일 뿐이다. 이렇다면 무슨 이로움과 유익함이 있겠는가?" - 101p. 


"또 독서를 하다가 의혹이 생기거나 학문을 강의하고 토론할 때는 유명한 의원에게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야 한다." -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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