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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Mar 01. 2016

보이지 않는 주인공들

데이비드 즈와이그, 『인비저블』


너도 나도 서로를 알리기에 바쁜 홍보의 시대,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세상.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현 시대 분위기로 보면 위인답지 않은 위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떠올리면 처음 도서관 추천도서 서가에서 이 책 표지에 적힌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이라는 글귀를 만난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죽기 살기로 떠들어야 알아주는 시대임을 강조하며 조금이라도 조용히 하면 이 세상 속에 영영히 파묻힐 것만 같이 교육하는 책들 사이에, 조용한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니. 이 책은 이 세상에 읽을 만한 적당한 책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발견했던 나름 소중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열정을 가지고 전념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그러나 세상 누구도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한다. 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인비저블. 이 책에서 말하는 인비저블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성실한 책임감과 최고의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인비저블'이라는 명칭답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하거나 일의 성과가 튀어 작업자가 드러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실패임을 알려주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온 길 안내 표지를 만드는 사람이 그렇다. 그들은 이용자들이 물 흐르듯 거의 무의식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조금이라도 그 무의식을 방해해서 사람들을 헤매게 만든다면 인비저블은 비저블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심리, 대중매체 등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중간중간 넣어 신뢰할 만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미 관련 학문의 연구자들은 심각해지는 소음 세상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온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이 세대에 따라 큰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마음들을 연구결과나 인비저블들의 사례들이 절제시켜 주었다. 진짜 성공적인 삶은 타인이 인정하는 나의 삶이 아니라 내가 인정하고 내가 기뻐하는 나의 삶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마저도 주체적으로 내리지 못하는 이 시대 속에서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책 속에서 이런 직업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가 알지 못하던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건물구조공학자, 피아노 조율사(특히 그의 중요성!), 촬영기사 등.. 그러면서 이 책의 번역자에게도 눈길에 갔다.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는 만큼 전문용어들도 다양한데 번역할 때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다. 그분도 또 하나의 인비저블이랄까. 이름은 공개되어 있으니 세미인비저블인가. 


내가 하고 있는 업무도 주로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비공개로 하는 일들이기에 '그럼 나도 인비저블이 될 수 있겠군!' 하고 생각하며 읽었다. 드러나지 않지만 내가 생산한 업무 결과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실제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니까 눈에 띄게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뒤에서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보람이 더 짜릿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손끝 하나로 인해 이 세상이 변화되는 모습을 본다면! 어쩌면 인비저블의 보람과 만족도 여기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비저블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가장 큰 것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을 사명감을 다해 성실하게, 그리고 열정을 다해 헌신하는 것, 그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조용히 자신의 인생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주인공이 된다.   





* 남겨두기 


"'내가 세상에 보여 주겠어!' 또는 '이거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같은 생각들은 나를 크게 망가뜨렸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때는…… 나는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작품을 쓰려면, 흐름을 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펜을 들고 시작하려면, 머릿속에서 나는 그런 소리들을 어떻게든 낮춰야 합니다……" - 179 p. 


"외모와 인정, 학업 성적에 이르기까지 외부 요인에서 자존감을 찾는 대학생들은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분노, 학업적 문제,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그리고 약물 및 알코올 섭취를 보고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흥미롭게도 학업 성적에서 자존감을 찾는 학생들은 동기 의식이 높고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은데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특별히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반대로 좋은 사람이 된다거나 도덕적 규범을 준수한다 등 내적 요인에 자존감의 중점을 두는 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좋고 약물과 알코올의 섭취량도 낮았으며 섭식 장애도 적었다." - 180 p. 


"개인 브랜드와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남의 관심을 갈구하며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보다는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할 때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 - 19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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