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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l 21. 2020

베토벤을 여행해보다

최은규, 『베토벤(클래식 클라우드)』




신혼여행지를 고를 때 후보가 되었던 장소가 몇 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이 독일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이 먼저 독일에 가보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축구 관람은 덤? 그 말을 듣고 나도 내심 독일에 가서 클래식 공연도 보고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베토벤이 살던 흔적들도 구경하면 좋겠다 싶었다. 결국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다른 곳이었지만 독일은 언젠가는 남편과 함께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다. 


베토벤과 독일 여행이라니. 정말 탐나는 여행 코스다. 두 호감 단어에 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베토벤은 사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작곡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음악 비전공자인 내가 그의 음악에 대해 뭘 알겠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베토벤의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를 듣고 인간적인 면에서 그에게 호감을 가져온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칼럼니스트인 저자가 떠난 베토벤을 만나는 여행 속에서 그의 생애 발길 닿은 곳들을 따라가며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더 가까이서 듣고 싶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베토벤이 머물던 주요 장소들과 함께 간단한 곡 설명들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곡만 주구장창 들었으면 절대 몰랐을 각 곡의 배경 설명과 의미를 보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베토벤은 특히 악장별로 제목을 붙이기도 하는 등 음악을 만들 때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는데, 이런 곡들에 대한 설명과 곡 속의 묘사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베토벤이 독일보다는 다른 지역에 많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베토벤이 요양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머물렀다고 하는데, 그곳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한적한 마을을 걸으며 베토벤이 남긴 유서 아닌 유서는 어떤 마음으로 쓰여졌을까 생각도 해보고, 음악가로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그의 죽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고 싶기도 하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어서 서점의 '예술' 구역에는 베토벤에 관한 책들로 꽉 차있다. 나도 그의 곡들과 생애를 좀더 이해하고 싶어 베토벤의 삶과 철학, 작품 등을 설명하고 있는 두꺼운 책을 한 권 샀다.(내용은 무려 2단으로 되어 있다. 하하..) 두꺼운 책을 읽기 전 베토벤의 생애를 개략적으로 훑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신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덕이라고 이야기하던 작곡가, 도덕적인 가치를 대중의 관심보다 앞세운 작곡가, 불행한 삶 속에서도 생을 원망하지 않고 기운차게 이겨낸 그의 이야기가 2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삶과 예술  모두에서 비범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을 좀더 깊이 배워보기 위해 이제 저 두꺼운 책으로 가본다...



* 남겨두기


"… 그리고 네 아이들에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거라. 이것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불행에서 나를 견디게 한 것이 바로 덕이었다. 그 덕택에 그리고 예술 덕분에 나는 내 삶을 자살로 끝내지 않을 수 있었다. 잘 있거라. 그리고 서로 사랑해라." - 30 p.(하일리겐슈타트에서 쓴 유서 중)


"이처럼 10대 초반부터 경험한 직업 음악가의 삶은 베토벤을 더욱 자립심 강한 음악가로 만들었다. 만일 베토벤이 어린 시절부터 직업 음악가로서 갖가지 다양한 경험을 쌓지 않았더라면, 그처럼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자신감 있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까? 만약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일찍부터 신동으로 주목받아 귀족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더라면, 그처럼 강인한 정신을 소유한 독립적인 음악가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 80 p.


"'힘들게 내린 결심'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제목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4악장은 '그래야만 하는가'에 해당하는 주제와 '그래야만 한다'에 해당하는 대조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악장이 발전한다. 악장 처음에는 힘든 결심을 내리기 직전의 고통이 느껴지지만, 일단 결심이 이루어진 후에 '그래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음악은 지극히 명랑해진다." - 227 p.


"이번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베토벤이 음악가로서 거둔 외적인 성공에 관심이 많았다. … 하지만 그의 자취를 따를수록 겉으로 드러난 '음악가 베토벤'의 화려한 성공보다는 '인간 베토벤'이 감내해야 했던 신체적 고통과 인간관계의 갈등, 예술을 향한 강한 열정,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수함에 더욱 뜨겁게 공감하게 되었다." - 237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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