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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n 07. 2022

자기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점을, 특히 동네책방을 몹시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이 소설을 당연하게도 참을 수 없었다! 읽고 나니 많은 사람들의 평처럼 마음이 따끈해지는 책이다. 예상은 했다. 책방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안 따뜻할 수가 없지!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치열한 삶을 주입하는 세상으로부터 다소간에 상처를 받아왔지만 이곳, 영주가 차린 이 휴남동 서점에서만큼은 서로를 받아들여준다. 이야기를 하면 경청해 주고, 어떤 이야기 하나라도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기지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너의 결정을 응원한다, 이것이 이 소설의 대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 느끼고 싶은 마음들일테니.


일로 가득찬 하루에서 소진되어가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릴 때쯤 자그마한 서점을 차린 영주는 (나의 워너비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서점이 잘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서점을 운영하려면 책방 대표가 마냥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서점을 운영하며 계속되는 영주의 고민은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는 현대의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과도 같다. 아무리 여유로운 일이라도 겨우겨우 물밑에서 발을 총총대며 부단히 발버둥치는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녀가 과연 이 고민 앞에서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가는지,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들여다 보는 그 과정을 보며 응원하게 되고, 소설을 읽는 나에게도 응원을 던지게 된다.


소설에서는 이 험악한 세상 속에서 책이 가진 효용을 언뜻언뜻 전하는 문장들이 많은데, 공감을 넘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문장들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 타인에게 공감하게 되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절로 성공을 향해 무한질주하게끔 설계된 이 세상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그러니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좋아질 거라고 전 생각해요." 56 p.


작가는 '작가의 말'에 영주가 운영할 서점의 이름에 쉴 휴(休)자를 꼭 넣고 싶었다고 적었다. 일반 서점 자체의 이미지도 바쁨 보다는 여유에 가까운데, 이렇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책방이 동네에 하나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리고, 꼭 책방이 아니더라도 하루를 마치고 피로와 긴장으로 찌든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 줄 숨통 하나 정도는 누구나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남겨두기


"민준은 이제 그만 흔들리기로 했다. 흔들릴 때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278 p.


"'나이가 드니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 ...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325 p.


"영주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섹션에 가면 출판 시장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베스트셀러 몇 권에 의지하는 서글픈 현실. 이는 누구의 탓일까.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책을 읽지 않는 문화 속 모든 면면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작은 노력을 기울여 독자들에게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것일 터였다. 이 세상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몇 권의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쓴 몇 명의 작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좋은 수많은 책, 수많은 작가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일 터였다." 357 p.


(작가의 말) "구체적인 줄거리는 미리 그려놓지 않았지만, 그려놓은 분위기는 있었다. 영화 카모메 식다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제대로 숨 쉴 틈도 없이 하드코어하게 흘러가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공간. 더 유능해지라고, 더 속도를 내라고 닦달하는 세상의 소리로부터 물러난 공간. 그 공간에서 부드러운 결로 출렁이는 하루. 이 하루는 우리에게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하루가 아니라 채워주는 하루다. 시작엔 기대감이 있고 끝엔 충족감이 있는 하루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있고, 성장에서 비롯된 희망이 있으며, 좋은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대화가 있는 하루다. 무엇보다 몸이 만족하는, 마음이 받아들이는 하루다. 나는 이런 하루를 그려보고 싶었다." 36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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