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명회를 다녀보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고등학교와 학원, 그리고 구청에서도 학부모를 위한 입시전략 설명회가 열렸다.
캘리가 처음 접한 입시설명회는 웬디의 고등학교였다.
학교 강당은 가득 찼고, 4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모였다.
간단한 학교 소개와 함께 부서별 담당 선생님들의 입시설명회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주로 생기부(생활기록부) 작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예시로 보이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대부분 1등급이었다. 간혹 2등급 학생들의 사례도 나왔지만 '이런 등급에도 불구하고 생기부의 내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공부는 못했지만, 생기부 잘 써서 대학 잘 갔다.'는 느낌이었다. 2등급인데 말이다.
캘리는 강당에서 가장 뒷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그곳에 앉아있는 학부모들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입시 설명회를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신등급이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있는데, 이곳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아이는 모두 1,2등급에 가까울까?'
3등급 이하는 입시설명회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3등급 이하는 전략도 필요 없는 걸까?
절대평가도 아니고 상대평가의 환경에서 1,2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상위 10% 정도뿐이다.
그럼 나머지 90%의 학생들을 둔 학부모들은 이 설명회를 어떤 마음으로 듣고 있는 걸까?
4월. 구청에서 진행했던 입시설명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모 고등학교 진로진학 상담 선생님께서 강의를 하셨는데, 전국에서 1등급 생기부를 가장 많이 보신 분이라고 소개되었다. 주제는 입시 설명회였지만, 주된 내용은 1등급 의대 지망생들을 위한 설명회였다.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들 몇백 명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그 역시 모두 1,2등급의 아이들일까? 그리고 1등급 아이들은 정말 다들 의대를 희망할까?
마치 나라 전체가 의대병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입시설명회를 들으며 캘리가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마치 1,2등급만 존재하는 세상 같군'
아이러니한 건 내신이 1등급이면 굳이 이런 전략을 몰라도 좋은 생기부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1등급 아이들은 워낙 인상적이라 선생님들이 알아서 생기부를 잘 써주신다나?
강의하시는 선생님께서 '전 과목 1등급이면 생기부는 발로 써도 된다'며 진담 같은 농담을 하셨다.
그런데 학교나 기관의 입시전략 설명회에서는 1,2등급을 전제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7월에는 국내 유명 사교육 기관의 진로진학센터장이 대입 수시 합격 전략 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가봤다.
주최기관이 학원이 아닌 구청이라서 별도의 홍보시간과 학원 특유의 불안감 조성이 없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수시 설명회라서 그런 건지, 사교육 기관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학교 선생님들이 하는 입시 설명회와 다르긴 했다. 3등급 학생들에 대한 언급이 살짝 있었다. 본인이 희망하는 전공과 관련된 과목들이 1등급이면 전략을 세워볼 수 있다고 했다. 수시 원서 접수 할 즈음 경쟁률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수시원서 6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써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지 설명했다. 이미 학생의 관심분야 따위는 안중에 없어 보였다. 현재 내신과 생기부를 바탕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만 된다는 분위기였다.
캘리는 문득 고3 때 생각이 났다.
'이건 나 때나 하던 거 아니었나? 수능 점수 맞춰서 대학이랑 학과 정하는 거...'
그때는 그랬다. 대형학원에서 주는 커다란 수능점수 커트라인 표를 보고 본인이 갈 수 있는 곳을 결정했다.
지금 그때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본인 대학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산다.
아닌 친구들도 있겠지만, 결국 대학은 간판 때문에 갔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그나마 지금 40대 후반인 캘리는 그 대학간판이 통하던 시대에 살았기에 나름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공채도 많이 사라졌고, 대학 타이틀은 블라인드 처리하고 인터뷰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달라져버린 이 시대에 그렇게 점수 맞춰 가는 대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대학 진학이 누구를 위해 필요한지 고민해 보고 결정해야지 싶다.
먼 길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