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끊임없이 혼잣말 하는 어르신을 봤다.
술에 취해 있는 듯 했는데
시끄러워서 불편함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알 수 없는 애달픈 감정이 들기도 했다.
세월이 한참 지나 사무실 내 옆자리에는 말을 많이 하는 팀장이 앉았다.
끊임없이 혼잣말을 퍼부으면 참으로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되었다.
나도 옆자리에서 메일을 가운데 모니터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읽고 또 읽을 때가 있다.
이해되는 말보다도 이해가 어려운 말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해되는 말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스며들지만
이해가 어려운 말은 나의 감정에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읽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을 끊임없이 곱씹어서 생각하다보면
상대가 어떤 배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해버릴 때가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삼켜질 것 같이 씹어 대던 껌이 덩어리로 남듯이
금방 이해될 것 같던 상대의 말은 딱딱한 덩어리로 남아 형체가 남는다.
참으로 짜릿하고 허무하고 열받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팀장도 몰아닥치는 일에
'얼마나 이해해야 할 일이 많았으면 그 많은 혼잣말을..'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흔한 말이 내 감정을 뒤흔들기도 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라는 흔해 빠진 말이 내 감정에 분열을 일으켰다.
모든 일을 대충 처리하는 그 선배가 뻔뻔해보였다.
그 말도 역시 하루 종일 곱씹게 된다.
그러다보면 적어도 선배의 마음은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면 최소한 분노는 가라앉는다.
어느날, 퇴근하는 길에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혼잣말하는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긴 세월 살아온 인생에 이해 못할 순간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또 끊임없이 되뇌이며 이해해야만 했을 상황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또 그렇게 세상을 이해하며 타협해야 할 순간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나는 또 얼마나 세상에 바짝 엎드려 세상의 모순을 씹어대야만 하는가
참으로 짜릿하고 허무하고 열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