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보이는 두 개의 풍경

by JK Kang

사무실 의자에 앉아 유리로 된 통창 밖을 바라보면

인왕산이 양옆으로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그 밑으로 시선을 옮기면 청와대가 반쯤 그 모습을 보인다.

역사, 사회, 정치 관련 이미지가

설명하기 힘든 고밀도의 함축적 에너지로 강렬하게 스쳐 지나간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러나 쉽게 보기 힘든 이 멋진 풍경에도

즐거움, 기쁨, 감동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면

숫자와 고민의 흔적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눈이 온 것이 반가웠다.

인왕산, 청와대, 빌딩 여기저기에 눈이 쌓이면

매일 보던 풍경에서 작은 변화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물론 작은 감정의 변화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미세한 감정의 변화가 더 반갑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억지스럽지 않은 변화는

창밖의 저 풍경뿐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40년 가까이 살아보니

큰 감정의 변화는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처럼 잔잔하게 느끼는 감정이 무리가 없다.

오히려 잔잔한 감정의 변화가

우리 인간에게 더 자연스럽고 유익한 것 아닐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표지를 보면서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느낀다.

사무실 모니터를 보면서

삶에 대한 욕망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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