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말투, 당신의 개성에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서로 다른 듯 닮아있는가

by JK Kang

군인으로서 나의 주요 업무는
간부들의 신원을 빠르게 파악하는 일이었다.
사진을 보고 이름을 외워도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간부를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선임들에게 끊임없이 혼나다 보니
생존 본능으로 다른 감각이 살아났다.
걸어오는 걸음걸이와 제스처를 보게 된 것이다.


간부들은 모두 저마다의 리듬감이 있었다.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발걸음은 나이 많은 부사관,
각 잡고 힘찬 발걸음은 젊은 장교들이었다.
여기에 특유의 어깨 흔들림,
팔이 흔들리는 각도 등으로
개별 정밀도를 높였다.


그 리듬을 읽으니
멀리서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지 파악이 가능했다.
나중에는 조건 반사가 나오듯이
본능적으로 맞춰냈다.


이때가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리듬감을 느꼈을 때이다.


나중에는 말에도 리듬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큰 회의장에서 약 30명이 모여 회의를 했다.
사람들이 각자의 톤으로 의견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내뿜는 말의 리듬에는
각자의 성격과 입장이 보였다.


상대의 말에 밀리지 않기 위해
강한 어투를 사용하기도 했고
설득하기 위해 일부러 강도를 낮추기도 했다.


다른 한편
억지로 된 리듬도 느껴졌다.
억지스러운 주장에는
말의 리듬이 끊기는 것이 느껴졌고
조용하지만 밀도 있는 말에는
탄탄한 논리의 리듬감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군대에서도 전화로 장난치는 선임을
말투로 파악해야 했고
대학생 때는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강의를
교수의 어투로 파악했다.


그런데 리듬은
모두 제각각이 아니라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직장을 옮겨왔는데
기시감이 드는 태도, 말투, 억양이 보였다.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강한 어투를 사용하는 사람
조용하지만 단단한 행동으로
신뢰를 주는 사람
유독 예의 바른 사람,
배려하는 사람,
긴장하는 사람
어딜 가나
다른 듯 비슷한 리듬감이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발현되는 현시대에서도
결국은 비슷한 패턴으로 수렴되기도 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모사한다.


비슷한 패턴을
하나의 거대한 리듬으로 보면
인간의 본능이 보인다.
화려하게 살고 싶은 본능,
생존 본능,
번식 본능


이것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헤겔이 말하는 시대정신이 보인다.
각자의 개성은
거대한 하나의 절대정신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듯 비슷하다.
어차피 반복되는
사람들의 뻔한 대화라는 생각에 미치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도
그 사람만의 특색보다는
뻔한 리듬부터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