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말이 멈추는 순간

by JK Kang

통찰이 깊고 진정성 있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의 동작과 표정까지 전부 기억에 남는다.


첫 직장에서 정말 똑똑한 사람을 만났는데

말에 몰입한 눈동자를 보면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지는 듯했다.


심지어 단어는 정확하고 논리는 명료해서

개념을 설명하는 그의 손동작,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웃지 않고 미묘하게 변화하는 그 표정들,

그것들은 거대한 음악의 흐름과 디테일을 조율하는 지휘자 같았다.


그가 던진 말들은 내 머리에서 강렬한 스케치로 남는다.

거기에 나만의 색채까지 입히면

어렵지 않게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된 듯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똑똑한 사람의 말이

아무런 리듬을 만들지 못할 때가 있다.

머리에는 하나의 세상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딱딱한 활자들만 나열된다.


생각해 보니 그 사람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해 말하면

그 말은 딱딱하게 굳어

그 어디에도 스며들 수 없는 활자로만 남았다.

경험한 적 없는 업무에 대한 통찰은

신입사원 수준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활자 덩어리 역시

텅 빈 채로 딱딱하게 굳어

내 머릿속에 남겨진다.


그러나 무엇이든 연결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활자의 공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납득이 되지 않아 곱씹다 보면

그 활자는 나도 모르게 자기에게 맞는 이미지를 찾아간다.


돌아보니 나의 언어에도

과장, 회피, 고집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다.

삶의 현장을 살아낼 때 언어는

진리보다 쟁취의 수단이 되었다.


나는 의심과 고민 속에서도

언어는 여전히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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