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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의 계단 밑 연구실 Apr 22. 2018

퍼거슨은 정말로 이적료를 적게 썼을까? - (1)

본격! 야매 EPL 데이터 분석!

2000년대 초반부터 축구를 봐온 축구팬이라면 명장을 언급할 때 아무리 싫어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퍼거슨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펩 과르디올라 팬이지만 퍼거슨의 업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성이 형이 맨유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축구를 보기 시작 했기에 가끔 퍼거슨 옹이 맨유 특별석에서 자리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 그 시절이 생각나서 반갑기까지 하다.


퍼거슨을 말할 때는 아무래도 EPL 최다 우승이나 한 클럽에서 20년 넘도록 장기 집권하면서 최고의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은 그의 꾸준함 등이 먼저 거론된다. 아마 이에 이견을 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에 덧붙여 자주 나오는 이야기로는 이적료를 지금의 현역 감독들에 비해 비교적 덜 쓰면서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난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하겠다. 머, 제대로 데이터를 보고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리오 퍼디난드를 그 당시 수비수 최고액을 주고 데리고 오거나 루니 등의 유망주에게 비싼 이적료를 주고 원하면 다 데리고 온 그인데 돈을 조금 썼다? 그 당시 시세에 비교해 보면 전혀 아닐 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이게 머 내 밥벌이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다 ㅎㅎ.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래와 같이 '트랜스퍼 마켓'에 역대 이적료가 너무나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시즌 이적 시장부터 1870년대 데이터까지 너무나 깔끔하게 웹에 게시가 되어 있던 것이다! 시즌을 바꾸어 가며 이적료 구경을 하던 중 URL에 쿼리문만 살짝 바꾸면 해당 시즌의 페이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거 좀만 코딩하면 쉽게 데이터를 긁어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퍼거슨의 시세 대비 씀씀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순간이 온 것이다. (ㅎㅎㅎ누가 보면 벼르고 벼른 줄 알겠지만 사실 트랜스퍼 마켓 보다 마침 생각이 난 겁니다~)

위 이미지처럼 www.transfermarkt.co.uk로 가면 시즌별 각 구단의 지출/수입 자료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예상대로 웹 구조는 단순했고 1시간도 채 안돼 웹에 있던 EPL 매 시즌 이력료 데이터를 내 노트북에 데이터 프레임 형태로 옮겨 올 수 있었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간의 매 시즌 넷 이적료(이적료 지출 - 이적료 수입)를 다음과 같은 형태로 저장하였다. NaN이라 표시된 경우 그 클럽은 해당 시즌 강등당해서 EPL 이적료 데이터가 없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에서 본머스(Bournemouth)의 경우 98/99 시즌부터 14/15 시즌까지 모두 EPL이 아닌 하부리그에서 있던 셈이다. (본머스의 경우 15/16 시즌에 EPL로 승격되어 현재까지 남아있다.)

먼저 간단하게 sum() 함수를 이용하여 각 시즌별 EPL의 총 넷 이적료를 살펴보았다. 파이썬 pandas의 dataframe은 sum() 함수를 쓰면 간단히 NaN은 무시하고 컬럼별로 각 데이터의 총합을 구해준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니 이렇게 나오더라. 2014년까지 위, 아래로의 변동은 있지만 그래도 일정한 추세를 보이면 상승하는데 2015년에 아주 퀀텀 점프를 해버린다. 이때부터 EPL은 더욱더 쩐의 전쟁이 되어 버린 듯... 눈에 띄는 건 2009년인데 이때 레알 마드리드의 갈릭티코 2기와 겹치면서 호날두, 사비 알론소 등 인기 스타들이 대거 유출되고 그 결과 넷 스펜딩이 이질적으로 한 번 꺽인 거 같다.

자, EPL 총 넷 이적료 추세를 보았으니 이제 현재 빅 6팀 각각의 넷 이적료 추이를 살펴보자. 먼저 맨유를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맨유 넷 이적료 추이를 보고 느낀 점은 퍼거슨 시절에는 이적료가 절도 있게(?) 지출이 되었다는 거. 분명 많이 쓴 시절도 있었지만 일정 구간 안에서 이적료 씀씀이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게 맨유의 과거 리빌딩 순환이 담긴 듯하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날두형의 이적 ;;;;

그래프 점 이미지를 최대한 맨유 느낌 나게 만들려고 했는데 맨유 느낌 나나요? ㅎㅎ

다음으로 개인적으로 팬인 리버풀(넵, 저는 우승에 해탈한 콥입니다 ㅎㅎ).  매 시즌 고만고만하게 쓰긴 했는데 꾸준히 쓰긴 했네. 다만 이렇게 리버풀 넷 스펜딩 시계열 하나만 가지고는 이 팀이 많이 썼는지 적게 썼는지 한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거 같다. 나중에 팀끼리 비교를 하거나, EPL 평균과 비교해서 몇 배 썼는지 지표를 만들어서 그래프를 그리는 게 훨씬 이해하기 좋을 듯... 다만 확실한 건 클롭이 최근 두 시즌 동안 넷스펜딩을 말도 안 되게 적게 썼다는 거 ;;;;

 

아스날의 경우 진짜 돈을 안 쓴 게 보인다. 뱅거가 고생 많이 했을 듯... 다만 외질 영입 이후 (2013년 이후)로는 꽤 쓴 듯... 아무튼 벵거 옹 아스날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2000년 대 후 반 세스갱 시절 아스날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게 너무 아쉽네요!

첼시의 경우 로만 부임 초기 이적료 폭발하는 게 눈에 보인다. 다만 생각 외로 (이 그래프만 보면) 돈 많이 안 쓴 듯?? 2003, 2004 시즌 이적료가 너무 폭발해서 착시일 수 도 있고... 첼시도 비교 지표를 만들어 봐야 확실히 보일 듯.

토튼햄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몇, 몇 특별한 시즌을 빼고는 정말 적게 쓴다. 특히 요즘같이 EPL 전체 이적료가 상향된 시점에도 이 정도만 쓰는 것은 아무래도 구장 이전 문제 등 때문에 선수에 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약한다는 반증인 듯.

마지막으로 맨시티의 넷 스펜딩 추이이다. 만수르 시대 이후로 돈 씀씀이가 확 올라간 게 명확히 보인다. 첼시의 경우도 그렇고 슈가 대디를 만나면 첫 한두 시즌의 씀씀이는 대기권으로 폭발하는 듯하다. 그 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최근 맨유와의 투자 경쟁 + 노쇠화된 스쿼드의 리빌딩으로 다시 이적료가 치솟고 있다.

여기까지 지난 20년 간의 EPL 총 넷 스펜딩 추이와 소위 빅 6이라 불리는 팀들의 개별 넷 스펜딩 추이를 살펴보았다. 이 그래프들 역시 재밌지만 아직 명확한 비교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개별 구단끼리의 비교와 EPL 평균 넷 스펜딩 대비 얼마나 썼는지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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