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삼모델 Aug 27. 2020

맛있어 보이지만, 어떤 재료인지 모르는 영화 <테넷>

끝에서 이해하고, 시작에서 느끼는 음식

음식을 맛보는 데는 미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주어진 음식을 보는 시각, 그리고 올라오는 후각, 마지막에 맛을 보면서 느끼는 미각 순으로 느끼게 된다. 데넷은 바로 그런 영화이다. 시작하자 전개되는 놀란 답지 않은 화려한 액션에 영화를 느끼게 된다. 중간중간 나오는 인버전(Inversion) 장면은 액션의 화려함을 느끼게 해 주었을 뿐, 그 순간에는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며 그 장면의 액션의 끝이 왜 그랬는지 시작에서 끝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치 화려한 생김새의 음식을 보고 맛있어 보임을 느꼈지만, 결국 먹고 나서야 이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다. 티넷을 보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한데 이 음식은 뭔가 난해하다. 우선 엄청 맛있어 보이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방식으로 조리되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 음식의 요리사는 너무나 불친절하게도, 어떤 재료를 썼는지 일부러 잘 안 알려줄라고 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가능

인버전이란 설정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굳이 중요하지 않는 설명 캐릭터의 힘을 빌려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하지만, 세세한 장면을 제외하면, 인버전은 시간이 역행하는 가운데, 특정 조치를 취한 물건 or 사람만 순행하는 구조로 그림을 그리면,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간다. 근데 이런 간단한 설명을 너무 어렵게 전달한다. 그냥 감자로 만든 요리일 뿐인데, 굳이 갖은 조미료를 써서 다른 무언가로 보이게 만든 격이다. 


화려하고 복잡한 영상미와 웅장한 OST로 간단함을 감출 뿐이다. 역행 시간에서의 액션이 멋있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설정 때문이다. 대대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묘사가 있는 마지막 레드, 블루팀 장면에서는 이해를 하기보단, 느끼라는 영화 내 대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놀란의 작품 중에는 덩케르크보다 하위권에 위치하며, 배트맨 비긴즈에 비견될 작품이다. IMAX 포맷, 특히 용산 imax가 아니라면 기존 필름의 반 밖에 못 보는 점 큰 단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도> 그 자체인 한국 영화의 디스토피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