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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pr 10. 2021

문어 국밥먹으러 갔다가 싸우는 연인을 본, 리스본

걷기 재밌는 전망대의 도시

- 전망대의 도시

리스본에서 구글 맵에 Viewpoint라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곳이 뜬다. 건물들이 평지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각종 언덕을 따라 지어 져서 계단과 오르막길의 연속이라 걸어 다니기 엄청 힘들다. 하지 만 걸어 다니는 만큼 높은 곳에서 예쁜 경치를 볼 수도 있고 아기 자기한 뒷골목들이 많아서 걸어 다니는 재미가 꽤 있는 편이다. 높 은 언덕길은 차보다 트램이 지나다니는데, 트램을 타고 가는 것보 다 걸어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레스토랑이나 유 명 브랜드의 가게들도 경사로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줄지어 있다

다양한 전망대

- 포르투갈의 문어 국밥

포르투갈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외식물가가 좀 저렴하다. 그래서 가난한 여행자인 나도 식당에서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있 었다. 여럿이서 먹는 편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동행을 구 했다. 첫날은 좋았다. 4명에서 같이 술도 마시고 어엿한 레스토랑 에서 감바스와 문어 국밥을 먹었다. 이 문어 국밥은 아로즈 드 폴보 (Arroz de polvo)라는 음식으로 문어 밥이라는 뜻이다. 사실 국밥 이 라기보다는 문어죽에 가깝지만 죽이라고 부르기에는 국물이 너 무 많고 비주얼이 국밥과 너무 흡사해 이렇게 불러도 상관없을 것 같다. 서로 여행 얘기하고 밤에 해안가로 놀러 가서도 꽤 재밌었다. 곧장 친해져서 다음 날 호카곶을 커플과 같이 가기로 했다.

문어 국밥 / 트램

- 호카곶, 커플과 동행

호카곶은 세상의 서쪽 끝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곳으로 대서양 의 바람이 몰아치는 곳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나 도 강해서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남유럽의 무더운 여름이지만 그곳 만큼은 너무 추웠다. 모래가 바람에 실려서 날아와 입에서 모래가 씹히기도 한다. 그래도 이곳에서 같이 놀 때까지는 즐거 웠다. 문제는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중간 지점인 카스카이스에서 생겼다

호카곶


- 갑자기 분위기 카스시아스

카스시아스에서 이제 리스본으로 돌아야 하는데 기차를 타야 할 카스시아스역에서 같이 간 커플이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동 행 구하기도 귀찮고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간에 끼고 싶지도 않아 그냥 거쳐 가기만 할 예정 이었던 카스시아스를 혼 자 여행하기 시작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백 사장은 햇볕을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 그늘지는 곳을 철저히 피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자연스레 셔츠의 단추를 풀고 뱃살을 출렁이며 양말을 벗고 바닷가에서 발만 담가 보았다.


- 커플싸움을 칼로 물 베기

그렇게 카스시아스에서 혼자 논지 2시간 정도가 지났다. 어떻 게 잘 화해를 했는지 커플의 상태는 전과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 다. 그 후 같이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 전망대까지 갈 때까지 그들은 싸우지 않았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커플이 금세 예전 처럼 돌아왔는지 당시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지금 보면 내가 그러고 있다. 서로 싸우고 금세 또 화해한다. 그리고 싸우는 커플은 헤어지지 않는다. 헤어지는 커플은 이제 안 싸우는 커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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