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재밌는 전망대의 도시
리스본에서 구글 맵에 Viewpoint라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곳이 뜬다. 건물들이 평지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각종 언덕을 따라 지어 져서 계단과 오르막길의 연속이라 걸어 다니기 엄청 힘들다. 하지 만 걸어 다니는 만큼 높은 곳에서 예쁜 경치를 볼 수도 있고 아기 자기한 뒷골목들이 많아서 걸어 다니는 재미가 꽤 있는 편이다. 높 은 언덕길은 차보다 트램이 지나다니는데, 트램을 타고 가는 것보 다 걸어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레스토랑이나 유 명 브랜드의 가게들도 경사로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줄지어 있다
포르투갈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외식물가가 좀 저렴하다. 그래서 가난한 여행자인 나도 식당에서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있 었다. 여럿이서 먹는 편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동행을 구 했다. 첫날은 좋았다. 4명에서 같이 술도 마시고 어엿한 레스토랑 에서 감바스와 문어 국밥을 먹었다. 이 문어 국밥은 아로즈 드 폴보 (Arroz de polvo)라는 음식으로 문어 밥이라는 뜻이다. 사실 국밥 이 라기보다는 문어죽에 가깝지만 죽이라고 부르기에는 국물이 너 무 많고 비주얼이 국밥과 너무 흡사해 이렇게 불러도 상관없을 것 같다. 서로 여행 얘기하고 밤에 해안가로 놀러 가서도 꽤 재밌었다. 곧장 친해져서 다음 날 호카곶을 커플과 같이 가기로 했다.
호카곶은 세상의 서쪽 끝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곳으로 대서양 의 바람이 몰아치는 곳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나 도 강해서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남유럽의 무더운 여름이지만 그곳 만큼은 너무 추웠다. 모래가 바람에 실려서 날아와 입에서 모래가 씹히기도 한다. 그래도 이곳에서 같이 놀 때까지는 즐거 웠다. 문제는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중간 지점인 카스카이스에서 생겼다
카스시아스에서 이제 리스본으로 돌아야 하는데 기차를 타야 할 카스시아스역에서 같이 간 커플이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동 행 구하기도 귀찮고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간에 끼고 싶지도 않아 그냥 거쳐 가기만 할 예정 이었던 카스시아스를 혼 자 여행하기 시작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백 사장은 햇볕을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 그늘지는 곳을 철저히 피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자연스레 셔츠의 단추를 풀고 뱃살을 출렁이며 양말을 벗고 바닷가에서 발만 담가 보았다.
그렇게 카스시아스에서 혼자 논지 2시간 정도가 지났다. 어떻 게 잘 화해를 했는지 커플의 상태는 전과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 다. 그 후 같이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 전망대까지 갈 때까지 그들은 싸우지 않았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커플이 금세 예전 처럼 돌아왔는지 당시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지금 보면 내가 그러고 있다. 서로 싸우고 금세 또 화해한다. 그리고 싸우는 커플은 헤어지지 않는다. 헤어지는 커플은 이제 안 싸우는 커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