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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pr 08. 2021

<프라미싱 영 우먼> 제목의 뜻과 의미

고구마랑 같이 먹는 사이다가 더 맛있다

*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전개는 성폭행 트라우마로 자살한 여성의 친구가 훗날 그녀를 대신해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로  '존 윅',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 등 영화계에서 자주 쓰이는 형태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런 장르들은 대게 액션, 스릴러 등 자극적인 장면을 내포하고 있으며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장면으로 가해자를 응징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총과 칼로 치루는 복수극은 커녕 복수의 명분을 위한 피해자 모습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주인공을 통해 피해자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출처 : IMDb

복수하기

신체적이건 사회적이건 약자에 불과한 카산드라(캘리 멀리건)가 할 수 있는 복수 방법은 지극히 약자적이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취한 척하며 남자들 집으로 따라 간 '카산드라'는 남자에게 망신을 준 다음, 그 이후의 진행될 가해자에 대한 응징은 온전히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그리고 그녀는 남성에게  '나 혼자만 이러는 게 아니야, 다른 여자는 가위도 들고 다닌다.'라고 말하며 트라우마를 심어준다. 자신과의 일로 인해 앞으로  '니나' 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엄청난 신체적 위협을 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고구마랑 같이 먹는 사이다가 더 맛있다

답답하게도 이 영화의 복수는 청량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우선 2차가해자가 되어버린 메디슨을 술에 취하게 만들어 남자과 잔 것처럼 꾸미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사건을 무마했던 교장의 딸을 납치한 척하기만 하며 자신의 복수를 위해 그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았다. 

아마 캐시는 영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사회적인 처벌은 가능하겠지만, 7년 전 일에 큰 법적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가해자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는 것으로 끝냈다. 약자의 복수는 모든 것을 바쳐야 함을 보여준다.


현실과 영화

이 영화는 남자와 여자를 딱 나누어서 이분법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로 두지 않는다. 술에 취한 니나를 비하했던 메디슨도 여성이고, 딸을 납치한 척을 해서 겁을 줬던 교장도 여성이다. 변호한 일을 후회하며 불안에 떨고 사는 남자 변호사는 유일하게 카산드라에게서 용서를 받았다. 결국 가해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피해자들은 간접 가해자들의 억압 끝에 고통을 겪는다. 요즘 현실세계의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다. 극 중에서 여성 교장이 말한다.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난다'


영화 제목의 의미

' Promising Young Woman(프라미싱 영 우먼)' 영화의 제목인 이 문장을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이다. 극 중의 주인공인 니나를 뜻하는 것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사실은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인 '니나'뿐만 아니라, 자신의 희생시키며 복수에 성공한 카산드라 또한 를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제목은 2015년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있었던 'People v Turner' 라는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 사건은 성폭행 가해자인 앨랜 터너가 미래가 유망한 엘리트 수영 선수라는 이유도 징역 6개월 이라는 너무 관대한 처벌을 받자 사람들이 항의한 사건이다. 미국에서는 비싼 변호사를 고용하는 부유층인 백인 대학생 남성 범죄자에 대해 장래가 유망하다며 형을 경감해주는 일을 비꼬는 의미로 "Promising young man"이라 표현한다. 영화는 이를 비꼰 것이다. 즉, 제목의 의미하는 바는 가해자를 표현하던 단어를 뒤집어 이미 현실에 많이 존재해 유망하던 미래가 짓밟혀버린 '피해자'를 의미한다.


출처 : IMDb

*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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