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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y 11. 2021

미국판 '나는 자연인이다'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의 열린 결말

<스포일러 주의>

노매드랜드를 보고 있자면, TV에서 수 많은 중년 남성들을 사로잡은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가 절로 떠오른다. 번잡한 속세를 등지고 산 움막에 거주하며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삶에 대한 부러움과 금전적 문제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스며든다. 직접 캔 산나물과 직접 담근 담금주를 출연자들에게 선보이 웃고 떠들고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도 나오길 꺼리지 않는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실제 사람들을 기반으로 취재한 예능이라면, <노매드랜드>는 실제 사람들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ㄱ다가 '나는 자연이이다' 처럼 주연인 펀(프랜시스 맥도먼드)과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데이비드 스트라단)를 제외하면 나오는 주조 연들은 대부분 실제 노매드(자연인)들이다. 


떠밀려진 자유의 다큐

2008년의 미국의 경제 위기 이후, 떠밀려진 자유 속에 사는 노매드들이 많아졌다곤 하나 영화 속에서는 이들의 삶이 불행하거나 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처럼 나오지 않는다.  일자리와 금전적인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정착해서 사는 보통 사람들과 아직까지는 인연이 닿아 있으며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만남과 인연 연을 계속 이어가기도 한다. 무작정 이들을 불쌍한 사람이라며 옹호하거나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며 칭송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노매드의 삶을 취재한 다큐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자연

현재의 미국 영화하면 항상 CG를 많이 사용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액션 영화나 도시를 무대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블록버스터 미국 영화의 배경에는 항상 미국 도시가 나온다. 그런데 노매드 랜드에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미국 중부의 사막과 시골을 보여준다. 광활하게 펼쳐진 지평선과 높이를 알 수 없는 산이 보여주는 미국의 자연은 노매드들이 겪어야 할 시련인 동시에 누리는 자유가 된다. 


감독

대부분 노매드 일반인들인 조연들과 뛰어난 연기를 가진 주연들을 조화롭게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역량이 상당히 뛰어나 보인다. 그런 사람이 마블의 블록 버스터 영화 '이터널즈'의 감독으로 연출 중이라 앞으로 더 기대되는 감독이지만, 조국인 중국에서 존재 자체를 검열당하고 있어 이터널즈 이후의 블록 버스터 작품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결말 이후

메인 플롯과 기승전결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덕에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도 아쉽지가 않는 영화였지만, 주인공인 펀이 남편과 같이 살던 과거를 상징하는 예전 집의 가구들을 보관하던 창고를 정리하고, 데이비드라는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희망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말이다. 물론 아직 쓰던 밴을 버리지 못하고, 깨진 그릇을 본드로 붙이는 등 과거에 대한 선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에 살던 집을 그냥 사택이라며 의도적으로 낮추어 불렀지만, 그 집의 울타리에서 나가 드 넓은 자연으로 들어간다. 과거를 완전히 잊지도 않았지만, 그녀를 얽매이던 부분은 조금씩 떠밀려지듯이 정리해가고 있다. 펀이 계속 노매드 생활을 할지 정착할 기회를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미래가 어두울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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