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삼모델 Mar 09. 2021

가뭄에 담근 할머니의 양배추 김치 <미나리>

영화'미나리'의 국적은어디일까?

* 스포일러 주의

영화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가 새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1950년대의 흑백 일본 영화, 전성기 때의 홍콩 영화 이후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의문이다. 제작에 돈은 많이 투자되고 있지만, 역량 이하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영화 시장도 큰 침체를 겪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영화가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일본이나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는 홍콩 영화처럼 한국 영화도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고 내려올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 '미나리'는 그런 요즈음의 한국 영화와 꽤나 다르다.  

출처 : IMDb

영화의 국적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미나리'는 한국 영화가 아니다. 영화라는 예술에 국적을 부여하는 것에 정확한 분류법은 없지만, 홍보와 산업 측면에서 보면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 자본을 대는 제작사의 국적에 따라 영화의 국적이 정해진다. '미나리'는 PLAN B라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에서 자본을 담당했다. 그런 점에서 미나리는 확실한 미국 영화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상영할 때도 수입사가 판시네마로 따로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듯, 배우나 감독의 국적에 상관없이 한국어가 주로 대사로 사용되는 전개, 한국적 요소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등 제목부터 한국어인 이 영화를 사람들이 한국 영화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나리 밭재배, 출처 : 거제저널

미나리 미나리 원더풀 원더풀

제목'미나리'의 의미는 는 작중 마지막 장면에 대놓고 알려준다. 할머니(윤여정)가 가져와서 심은 미나리처럼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이민자에 비유한 것이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끈기와 특유의 향, 먹기 좋은 실용성은 미나리의 특성으로 한국인 이민자를 비유할만하다. 


한국 교회

영화는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 에덴동산을 언급하는 제이콥이나 미나리 심은 곳 근처에는 뱀이 나오는 설정 등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생성된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잘 드러낸다. 모니카(한예리)도 신앙심을 가지고 교회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도 있지만, 커뮤니티가 없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아이들도 교회를 통해 친구들을 사귀어 나간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교회들을 넌지시 비판하고 있다. 꿈에서 천국을 보지 말라고 하는 할머니나 말끝마다 갓을 외쳐대며 주말마다 십자가를 지고 다니며 고행하는 신실한 신자인 '폴'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교회 아이들이 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엑소시즘을 행하며 성유를 뿌리고 기도하는 폴과 찬동하는 모니카는 한국의 무속신앙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직역하면 산이슬 / 출처 : 롯데칠성음료 공식홈페이지

국적? 미국적? 인간적

영화에는 한국인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가득 들어가 있다. 바닥에서 자기, 회초리, 남자 성기에 대한 장년층의 인식, 리듬 타는 혼잣말, 할머니에게 배운 화투 등 개인적 이야기가 영화에 나온 것 같아 영화를 감상하는 나를 추억에 빠지게 했다. 물론 이와 함께 미국 문화에 대한 것도 나온다. 마운틴 듀(산에서 내려온 이슬 물), 병아리 감별사, 베이비 시터, 씹는담배, 교회 커뮤니티, 레슬링, 토네이도 등 한국인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민 가정의 적응 어려움, 할머니의 무조건적 사랑, 조부모의 병, 부모님의 사업 실패, 현실과 꿈 사이의 갈등, 부부싸움, 이불에 오줌 싸기, 미신적 요소 등 문화에 상관없는 인간 보편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 나라에 관계없이 호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IMDb

절망 속의 희망

'미나리'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이지만, 추억에 빠져서 인생을 미화하거나 극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몸이 편치 않고 겨우 계약한 농작물은 할머니의 실수로 불에 타버리며, 물값으로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썼다. 절망 속에서 데이비드는 건강을 회복해 할머니를 향해 뛰어가고 첫 거래처는 생겼으며, 제이콥은 고집을 버리고 우물 파는 업자를 믿기로 하고 가족들은 나란히 땅바닥에 누워서 잠든다. 나쁜 일만 있음에도 열린 결말로 끝난 이 영화가 희망차 보일 수 있는 건 작품의 진정한 결말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정이삭 감독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영화감독으로 커리어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정이삭 감독의 행보와 그의 삶이 이 영화를 진정한 결말로 이끌 것이다.


한국 영화

앞서 말했든 미나리는 한국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영화였다면 오히려 빛을 못 봤을 것이다. 잔잔한 스토리에 유명하지 않은 감독, 저예산 영화 등 CGV 아트하우스에 몇 주 걸려 있다가 영화팬들 사이에서만 서로 추천하고 평론가 평만 좋을 그런 독립 영화이다. 그런 영화가 예매율 1위를 했다. 주요한 경쟁작이 없는 것도 맞지만, 골든 글로브나 선댄스 영화제 같은 굵직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마케팅이 유효한 것으로 추측된다. 굳이 한국 제작사가 투자하고 한국인 감독이 감독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힌국 배우를 기용하여 한국 주제의 이야기를 진행해야만 한국 영화인것은 아니다. 좀 더 다양하고 한국에 대한 것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 한국 영화에서 보고 싶다.

출처 : IMDb




매거진의 이전글  소심해도 울림 있는 사람<소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