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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y 24. 2021

죽은 자의 한이 맺히지 못한 <분노의 질주 9>

캐릭터들이 부활하는 이유 <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 >

* 시리즈 스포일러 주의

20주년을 맞이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9번째 영화는 코로나 상황에서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라 주목을 받은 것도 있지만, 예고편에서 한(성 강)이라는 캐릭터가 살아 돌아온 것이 나와서 많은 기대롤 모았다. 한이 처음으로 등장한 3편(도쿄 드리프트)은 시리즈 중에서 흥행 순위가 제일 낮지만, 쿨한 동양인 갱 캐릭터인 '한' 만이 인기를 많이 얻었다. 그런데 후반부에 한이 타고 있는 차가 폭발하면서 그대로 사망해버리는 바람에, 사실상 시리즈화의 시작인 4편부터는 6편까지는 3편보다 과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시켜 억지로 한을 등장시켰다.


한의 풀 네임은 Han Seoul-Oh(한설오)로,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로 추정되지만 이름은 중국계에 더 가깝다. 사실 이 캐릭터는 3~6, 9편의 감독인 저스틴 린(대만계 미국인)의 전작 'Better Luck Tomorrow'에서 나온 'Han Lue'의 캐릭터와 배우를 그대로 가져왔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루'의 미래가 3편이라고 말한 점을 볼 때, 영화 'Better Luck Tomorrow'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비공식 외전인 셈이다. 


9편에서 한은 3편 이후 모종의 이유로 죽음을 위장해서 위험한 사람들에 의해 숨어 살았던 것으로 나오는데, 이런 할리우드식 부활 전개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주인공 도미닉의 아내인 '레티 오티즈'가 4편에서 죽었지만, 기억 상실증에 걸려 병원에 있었다는 식으로 6편에서 다시 나온다. 그 와중에 레티가 죽은 줄 알았던 도미닉에 5편에서 사귄 '엘레나'는 그걸 보고 6편에서 자연스레 떠나간다. 하지만 이 엘레나도 8편에서 다시 나오고 아마도 유일하게 진짜로 죽는다. 


또 부활?

엘레나 외에도 작품에서 죽은 조연 캐릭터는 갤 가돗이 연기한 한의 연인으로 설정된 '지젤 하라보'가 있는데 이마저도 확실하게 죽었다는 묘사가 안 나와서 10편과 11편에 다시 살아 돌아올 수도 있다. 근데 이건 조연으로 나오기에는 너무 커져 버린 배우의 스케줄 문제에 달렸다. 


액션에 토 달면 진다.

스트리트 레이싱 중심에서 벗어난 4편 이후로 분노의 질주 액션은 '이게 된다고?' --> '되네'로 요약된다. 분노의 질주는 4편에서 동네에서 갱들이랑 노는 범죄 액션 영화에서 국제적 테러리스트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 블록버스터로 바뀌었다. 이들은 초능력이 없지만, 자동차 운전 실력과 적당히 끼워 맞추기식 전개로 초능력에 가까운 생존력을 자랑한다. 이들 앞에서는 핵잠수함도 비행기도 기차도 도미닉 패밀리의 자동차와 주먹 하나면 전부다 극복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빌런과의 화해도 별로 여러운 일이 아니며 특수부대원들이 조준 사격해도 한 발도 안 맞는 신이 내린 축복을 받고 있다 기어코 9편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우주로 나갔다. 순 말도 안 되는 전개 투성이지만, 지적하는 순간 영화를 감상하기 힘들어진다.  


브라이언

1편부터 도미닉과 함께 투탑 주인공을 체제를 갖던 브라이언의 배우, 폴 워커가 7편 촬영 중에 사망하면서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브라이언이 작중 악당에 의해 죽고 도미닉 패밀리가 복수하러 간다는 편리한 스토리 전개를 예측하는 팬이 많았지만, 7편의 마무리에서 은퇴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으며 애잔하게 그려진 'See you again' 엔딩씬은 이 사실은 아는 관객들에게 너무 많은 감동을 주었다. 8편과 9편에서도 브라이언이 죽는 전개는 일어나지 않았고, 존재가 언급되는 수준에서 그쳤으며 브라이언의 아내인 '미아 토레토'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9편의 마지막에는 누군가가 파란 닛산 스카이라인 GT-R을 타고 파티에 늦게 온다. 실제 배우는 사망했지만, 브라이언은 작품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제목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원제목과 번역 제목의 통일성이 개판인 걸로 유명하다. 우선 1편인 'The fast and the furious'는 '빠른 사람과 분노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수입사가 적절하게 번역을 한 것이다. 2편의 원제는 '2 fast 2 furious'로 '너무 빠르고 너무 분노한'이란 뜻이지만, 우리나라의 제목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 2'이다. 4편부터는 수입사도 통일성을 위해 '분노의 질주 :' 뒤에 적당히 쎄 보이는 부제를 붙이는 것으로 통일되었다. 하지만, 4편의 영어 원제는 그냥 'Fast & Furious'이고 8편은 'The Fate of the Furious'처럼 순서를 당최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이번에 나온 9편의 원 제목은 'F9 : the fast saga'로 그냥 아홉번쨰라는 순서는 알 수 있지만, 이 영화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인지 는 제목만 가지고는 알 수 없다. 앞으로 나올 10편과 11편의 제목이 기대된다.


쿠키영상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나온 '데커드 쇼(제이슨 스타뎀)'와 한의 관계가 후속작에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6편의 빌런인 동생 오웬 쇼에 대한 복수로 도미닉 패밀리인 한을 죽인 것이 데커드 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커드 쇼가 8편과 홉스&쇼에서 아군으로 포지션이 바뀌며 도미닉 패밀리와의 관계가 좋아졌지만, 팬들은 도미닉 패밀리의 일원을 죽인 데커드 쇼가 간단하게 아군으로 바뀐 것에 불만이였다. 그런데 한이 살아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관련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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