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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un 01. 2021

극명히 갈린 디즈니의 흑과 백  <크루엘라>

디즈니 영화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

우리는 <크루엘라>의 원작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 제작된 '101마리 달마시안'으로 알고 있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영화 <크루엘라>의 원본은 도디 스미스의 'The Great Dog Robbery' 혹은 'The Hundred and One Dalmatians '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책 제목이 '위대한 개 강도'이다. 제목에서부터  크루엘라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에서도 흑백 머리를 반반으로 섞은 크루엘라가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이다. 


흑과 백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번 디즈니의 실사 영화는 크루엘라의 흑백 반반 머리만큼이나 디즈니 영화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한 영화였다. 디즈니는 매력적인 빌런의 중요성을 미리 깨닫고 빌런 캐릭터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가족적인 영화를 추구하는 디즈니의 특성상 어린아이들이 볼 것을 고려해서 주인공인 빌런을 마냥 나쁘게 묘사 못하는 게 큰 단점이다. 이미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말레피센트'를 보면 관계를 역전시켜 마녀인 말레피센트가 착한 역할이고 인간이 나쁜 역할을 하고 있다. 


<크루엘라>의 크루엘라도 마찬가지이다. 빌런이라기보다는 불행한 과거를 극복한 젊은 패션 사업가의 이야기가 더 크다. 게다가 담배나 폭력 같은 과격한 묘사가 제한적이다 보니 초록색 담배 연기를 내뿜고 하얀색 모피 코트를 입는 크루엘라의 퇴폐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극의 흐름을 해치면서 까지 직접적인 대사로 가짜 모피임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버려진 개를 키우는 애견 애호가로 묘사하는 등 기존의 달마시안 모피에 미친 잔인한 빌런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많이 희석시키며 캐릭터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만약 디즈니가 아닌 제작사에서 나왔다면, 남작 부인의 달마시안을 망설임 없이 도살해서 모피로 만들었을 것이고 주야장천 초록색 연기를 내뿜는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뜬금없는 낙하산 대신 거리낌 없이 암살했을 것이며, 빌런의 비극성과 캐릭터의 정체성이 더욱 확립되었을 것이다. 


전작들과 영국 대한 오마주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만이 크루엘라를 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저작권이 디즈니한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엠마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드레스들은 내년의 아카데미 의상상 수상에 못을 박았고, 익숙한 음악들은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에서 크루엘라를 조롱하기 위해 로저가 지었던 'Cruella de Vil' 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다른 노래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2021년판 영화 <크루엘라>에서도 적절히 편곡해서 BGM으로 쓰인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명장면인 크루엘라의 자동차 추격신을 적절히 오마주 한 것도 재미있다. 크루엘라의 성인 'de vil'이 팬서 자동차 회사의 'panther de ville' 차량에서 따온 것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차 뒷부분이 다른 사물을 치고 다니며, 운전대에 너무 가까이 붙는 크루엘라의 특징적인 난폭한 운전실력이 무면허 때문임을 밝혔다. 


또한 이 영화는 저항과 반항이 유행하던 1970년대 영국을 패션을 통해 잘 변주해내었다. 비틀스가 해체되고 그 자리를 레드 제플린, AC/DC, 핑크 플로이드, 섹스 피스톨즈 등 다양한 장르를 가진 락 뮤지션들이 차지하면서 펑크,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가치가 새로이 발생했고 락스타들의 가십과 패션이 신문을 도배하는 영국의 황색언론들도 잘 표현되었다. 


전작들과의 연결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인 만큼, 101마리 달마시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작중에 나오지만 세세한 설정은 꽤나 다르다.  그저 고용된 좀도둑에 불과했던 재스퍼와 호레이스는 크루엘라의 가족으로 나왔으며 눈이 하나라 이름이 윙크인 치와와는 신스틸러가 되었다.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무명 작곡가이던 로저는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어리바리한 변호사로 설정이 바뀌었고, 아니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동창이고, 실사 영화에서는 크루엘라의 패션 회사 직원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크루엘라와 동창인 흑인 기자로 바뀌었다. 게다가 로저와 아니타가 키우던 달마시안, 퐁고와 페르디타가 크루엘라가 선물한 개가 되었다.  개가죽을 벗기지 못해 안달이 나있던 크루엘라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달마시안들을 키우고 버려진 개들을 키우며 강아지를 선물하는  애견 애호가로 설정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속편?

2019년에 나와 많은 호평을 받은 조커가 그러했듯, 빌런 캐릭터의 기원을 다루며 인간 '크루엘라'를 재정립했을 뿐, 나쁜 짓을 하는 빌런으로 각성하진 않았다. 도살의 대상이던 개들이 정반대로 이번 영화의 크루엘라에게는 가족이 되었다. 만약 크루엘라의 속편이 나온다면, 모피 마니아 되어 개가죽 코트를 입으려는 빌런이 되는 계기를 나올 것인가? 아니면 디즈니가 말레피센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선역으로 그릴 것인가?. 후속 편은 전적으로 흥행성적에 달려 있느니, 흥행 성적이 궁금해진다.  


장점 : 화려한 패션, 연기, 익숙한 OST

단점 : 빌런 캐릭터의 억지 순화, 우격다짐식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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