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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ug 09. 2021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블랙 위도우>

목적 때문에 수단이 망가지는 경우

*스포일러 주의

MCU 영화를 쭉 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블랙 위도우 캐릭터는 '어벤저스 : 엔드게임'에서 이미 사망했다. 어벤저스의 유일한 여성 멤버로서 개인적 인기는 있으나, 캐릭터의 미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미 작중에서 사망한 캐릭터를 가지고 솔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설픈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1) 정치적 올바름

마블이 10년 넘게 영화 시리즈를 이어저 오면서 세상이 많이 변했다. 차별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시작했고 작품에 정치적 올바름(PC)를 포함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크게 도움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런데 마블은 작품에서 중요한 3명(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이 전부 백인 남성으로 되어 있어서 MCU의 초창기 영화들은 현재의 흐름과 맞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마블은 캡틴 마블, 블랙 팬서 같은 비백인,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 제작에 힘써왔고, 블랙 위도우의 제작도 조연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이 주연으로 활약하게 해 달라는 시대의 목소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영화의 전개는 미투 운동과 제프리 엡스틴의 상류층 인신매매 사건을 참고한 스토리로 보인다. 페미니즘과 여성 해방을 주제로 하여, 늙은 백인 남성에게 세뇌되어 삶을 이용당하는 여성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비슷한 위치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단 '여성 해방'이라는 주제를 위해 스토리를 너무나 단순하게 구성하였다. 빨간 가루 한 번에 너무 편리하게 풀리는 세뇌와, 헤딩 한방으로 차단되는 페로몬, 어설프고 단순한 캐릭터 등 블랙 위도우의 처음이자 마지막 단독 영화로는 아쉬운 영화이다. 이 때문에 마블 치고는 연기력이 검증된 대형 배우들을 기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단순하고 편리한 스토리 덕분에 영화가 심심하다.


2) 2대 블랙 위도우 : 오리진

이미 '미드 소마', '작은 아씨들' 등으로 연기력이 검증된 플로렌스 퓨가 2대 블랙 위도우로 이 영화에서 소개된다. 다른 캐릭터의 첫 번째 영화들처럼 새로운 세대교체의 핵심이 될 캐릭터를 새로 소개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다 보니, 영화가 스칼렛 요한슨(1대 블랙 위도우)보다는 새로운 캐릭터에 집중해서 블랙 위도우에 대한 마지막 예우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조금 희생시킨 모양새라 블랙 위도우는 영화 분량에서 조차 희생당한다. 앞으로 플로렌스 퓨의 블랙 위도우나, 팔콘 앤 윈터 솔저에 나온 US 에이전트 같이 정체성이 아직 약한 새로운 캐릭터들이 단독 주연의 작품보다는 다른 드라마에 같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니 앞으로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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