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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ug 10. 2021

불쾌함을 흥미로움으로 현혹하는 <랑종>

'랑종'제목의 뜻과 의미


* 스포일러 주의

'랑종'(ร่างทรง, RANG ZONG)은 태국어로 무당 또는 빙의를 당하는 사람인 영매를 의미한다. 영제는 'The Medium'으로 고기 굽기 외에도 귀신이 빙의하는 영매라는 뜻이 있다. 굳이 다른 종교의 말로 바꿔 말하자면, 성직자, 스님, 신부, 목사 등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종교인들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는 영화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신과 악마 사이,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랑종은 관객의 호불호가 많이 갈릴 영화다.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간 관객들 놀리키려는 점프 스케어보다는 관람하는 게 고통스럽고 기괴하고, 불쾌함 위주의 영화이다. 자연스레 햇볕이 찬란한 무서움이었던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 소마'이나 곧바로 이해되는 기괴함이었던 대런 애퍼노스키 감독의 '마더!'가 절로 생각난다. 그런데 이런 불쾌함 때문에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영화 속 불쾌한 상황의 이유가 무엇인지 결말 전까지 명확하게 얘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현혹되어 영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 제작자와 감독

감독은 아니지만, 나홍진 감독의 원안과 각본을 제공하고 제작자로 깊게 참여한 덕택인지 영화에서 종교적이고 음습한 곡성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그리고 원안이 곡성의 프리퀄이었던 '랑종'에서도 특유의 스타일을 절실히 드러낸다. 곡성에 이어서 다분히 종교적인 영화이다. 종교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종교에서 가장 중시되는 '믿음'을 가장 중요한 소재로 다룬다. 


랑종의 감독은 태국의 유명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으로 원래 공포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영향이 돋보이는 장면은 다큐 같은 인터뷰 화면 구성과 CCTV와 핸드헬드 카메라의 연출을 사용하여, 카메라맨이 모두 죽고 영상 파일을 복원해 이런 다큐를 제작한 사람이 감독 본인이라 어필하는 듯 한 부분이다.


- 직업의식

그런데 이 때문에 관객들이 상당히 위화감을 느낀다. 초반부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더니 후반부는 카메라맨들의 1인칭 시점인 파운드 푸티지로 진행된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서는 카메라맨도 배우 중 하나이다. 단순히 배우들을 찍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후반부에서는 직업의식을 투철히 발휘하여 상당한 난이도의 촬영을 직접 하기도 한다. 몰아치는 후반부 스토리 덕분에 촬영의 어색함이 표가 나지 않지만, 이미 한번 바뀌어 버린 촬영 기법의 정체성을 또 바꾸지는 못하고 촬영을 위한 카메라맨의 작위적인 장면만 계속 보여준다. 시리즈 다큐의 上편만 찍고 下편를 찍다가 편집 중에 사고가 나서 미완성인 편집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 결말 

마지막에 드러나는 저주인형은 공장 방화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유가족이 야싼티야 집안을 저주해서 이 모든 비극이 발생했음을 알려준다. 간단히 요약하면 

화재 유가족이 아싼티야 가문 저주 --> 밍의 아버지가 가장 먼저 암으로 사망 --> 밍의 오빠가 자살 --> 밍의 빙의 증세를 보임 --> 님의 사망 --> 밍의 어머니 노이, 노이의 오빠 사망, 공장 파티 개최

밍은 모든 사건이 끝나고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 있을 것만 같다. 


- 밍

유튜브와 기사 등,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코멘터리에 따르면, 밍이 '곡성'의 황정민이 연기한 무당의 프리퀄 스토리로 기획된 것으로 생각된다. 밍 역을 맡은 배우의 외모가 아름다웠던 만큼, 기괴한 연기와 추악한 행동들이 주는 충격과 공포가 더욱 컸다. 황정민이 연기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캐릭터가 되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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