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2>오로라 공주와 말레피센트는 잘지낼까?

오로라&필립, 얼스테인의 미래

by 구삼모델

말레피센트 2, 오로라&필립 얼스테인의 미래

<영화 말레피센트 2의 스포 주의>

영화의 투톱 + 수비수


영화 말레피센트(2014)는 기존의 이야기를 비틀어 악역을 선역으로 만들고 그에 따른 사연을 부여하여 디즈니식 동화의 재해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여성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대세를 따르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말레피센트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의 날카로운 광대는 캐릭터의 성격 묘사에 있어 비주얼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자본적인 면에서는 7억 달러를 넘겨버리는 흥행을 이끌어 내어 디즈니에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주었니 바로 '디즈니 빌런즈'이다.

말레피센트, 크루엘라, 백설공주 여왕

디즈니도 매력적인 빌런도 조명되는 현실에 발맞추어 '디즈니 빌런즈'를 새로운 캐릭터 프랜차이즈 를 내놓았고 디즈니의 세계를 모아놓은 구독 서비스 '디즈니+'에서도 디즈니 빌런즈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020년에 엠마 스톤을 주연으로 하여 101마리 달마시안의 악당 '크루엘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프리퀄 스핀오프를 제작 예정이니 디즈니 빌런들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가면 디즈니 빌런즈가 있는 팝업스토어를 볼 수 있지만 말레피센트 상품밖에 없고 다른 캐릭터들은 없다시피 하며 상품의 구성도 빈역해서 해서 구경 갈 곳은 못된다.

웃음 짓는 '빌런' 말레피센트

사실 대다수의 디즈니의 빌런들은 매우 매력적이며 능력적이다. 빌런들은 대개 카리스마 넘치는 외형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과 권력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며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뮬란의 빌런 '산유'(흉노족 군주를 뜻하는 선우의 중국식 발음)는 원대한 제국을 무너트리기 위해 전쟁을 벌일 능력을 지녔고, 부하들에게 카리스마가 넘치며 뮬란이 여자임에도 얕보지 않았고 황제를 시해하기 위해 왕궁에도 잠입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는 악역이 사악한 모습 그대로 나오는 건 시청자들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말레피센트에게 사연을 부여하고 사실상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착한 역할을 만들어 버렸다. 사랑에 배신당해 인간을 미워하였지만 자신을 배신했던 남자의 딸을 사랑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저주를 깨버리는 반전 매력이 있는 츤데레 캐릭터를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여기서 1절만 하고 끝났어야 했다.

바이킹을 모티브로 한 듯, 자연 속성 '근육' '야만'을 지닌 남성 다크 페이

말레피센트 2 에서는 뿔 달리고 날개 달린 특이한 외형의 말레피센트를 '다크 페이(Dark Fey)'라는 요정의 한 종족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영화의 메인 플롯을 <자연 친화적인 요정들 및 다크 페이 vs 요정을 죽이고 자연을 개발하려는 인간 왕국>의 대결구도라는 매우 흔한 이종족 vs 인간 클리셰로 흘러간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서로를 향한 증오심을 고취시키고 개연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잉그리스 여왕은 요정에게 오빠를 잃었다는 생각 때문에 요정을 싫어하고 요정의 땅인 무어스를 자신의 왕국의 땅으로 만들고자 한다. 다크 페이들은 인간에 의해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요정들의 땅에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외치는 강경파와 평화를 외치던 온건파로 대립하다가 온건파가 인간들의 총탄에 사망하면서 강경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서로의 갈등을 불태우던 전개를 폭발시키기 위해 요정을 데리고 피의 결혼식 다운그레이드판을 진행하는 잉그리스 여왕과 다크 페이의 인간 왕국 침공이 동시에 진행된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며 동시에 공격한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다크 페이가 인간에 비해 훨씬 유리해 보일 수 있으나 다크 페이 측은 살인자 로만의 선동에 전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야만적으로 성에 돌격하고 수많은 피해를 낳는다(다크 페이의 문명과 지적 수준이 원시 야만인은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잉그리스 여왕의 지시로 만든 요정들의 약점인 빨간 철가루 폭탄(요정 무덤 꽃 + 철가루)에 신화 속 요정들은 힘을 잃고 현실이 되어 꽃으로 변하며, 다크 페이들은 그 존재 자체가 無 였는지 시체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인간들도 다크 페이와 말레피센트의 반격에 성벽이 무너지고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등 많은 피해를 보며 양쪽 모두 적지 않는 피해를 맛본다.

이 영화는 전쟁은 어리 석인 지도자들이나 상류층들의 욕망 때문에 일어나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라고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서로 상처만 가득한 상황에서 필립 왕자가 전쟁은 여왕의 음모임을 깨닫고 전쟁을 멈추려 하지만 관객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밥 먹고 같이 훈련하던 내 옆의 전우가 적의 뿔에 찔려 죽었고, 같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의 친구가 정체불명의 폭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당신이라면 화해를 하고 싶은가? 이 지점에서 영화의 개연성과 영화를 보는 내 어이는 박살이 난다. 온건파의 죽음으로 분노를 느끼며 성으로 날아오는 말레피센트를 보여주며 동시에 놀랍게도 증오를 불태우며 선동을 일삼던 살인자 다크 페이도 자신을 살려주던 필립 왕자를 보고 갑자기 화해를 하려 한다.


마치 엑스맨 : 다크 피닉스를 보는 듯하다(나쁜 의미로)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말레피센트가 죽었다가 오로라의 눈물로 피닉스로 부활한다. 영화 중반부에서 복선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증오를 오로라를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참아내고 내키지 않는 화해를 바라는 말레피센트가 강력한 힘으로 평화를 유지하려 하는 다크 페이 종족의 기원 '피닉스'가 되어 버린다. 갑자기 강력한 힘을 가진 자신의 선조가 와서 싸우지 말라하니 증오심을 품은 다크 페이라 하더라도 거역할 수 없다.

6.25 전쟁 중에 단군왕검이 나타나서 남한과 북한에게 전쟁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며, 불만 있는 놈은 곰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하는 격이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와 필립 왕자는 정신을 못 차리고 무너진 성벽 아래에서 결혼식을 하겠다고 한다. 지금 죽어간 인간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성벽을 수리하며 요정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백성을 진정시키기도 바쁠 텐데 장례식이 아니라 갑자기 결혼식 이라니? 디즈니식 해피 엔딩에 모든 걸 걸었다. 내 생각에 이 결혼식도 지도층의 현실 인식과 무능함을 내보이기 위한 풍자로 사용되는 것 같다. 다크 페이들이 잉그리스 여왕을 죽일 것처럼 해놓고 코믹하게 염소로만 만들고 마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인간이든 요정이든 어느 한쪽이라면, 죽어간 내 친구들을 위해서 붉은 가루와 철조각이 모두 담겨 있어 요정과 인간을 모두 한방에 처리할만한 폭탄을 결혼식에 던질 것 같다. 이대로는 죽어간 내 친구들은 개죽음이 되어 버린다.

얼스테인는 저 많은 도시 중 하나가 아니다.

대부분의 공주 영화들의 배경은 농노를 기반으로 땅을 이용하는 농경과 목축으로 유지되는 봉건주의 중세 유럽을 기반으로 하며 영화 말레피센트의 얼스테인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필립 왕자의 아버지 존 왕은 난립하던 국가의 왕 중의 하나로 보이지만 강력한 왕권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지역을 통치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중세 유럽 후기에는 상공업이 발달하여 많은 도시들이 발달하였지만 얼스테인은 도시의 모습은 거리가 멀고 바로 옆에 미지의 땅인 무어스가 위치해 있어 상공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권력도 힘도 좋지 못한 농촌 중심의 그저 그런 국가로 보인다.

유럽의 삼포제

이런 배경에서는 잉그리스 여왕의 정책은 매우 합리적이다. 국가나 영주는 세금이 곧 힘이고 권력인데 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인 얼스테트는 세금을 걷고 식량을 생산하는 땅이 곧 힘이고 국력이다. 그 당시에는 비료의 활용법이 제대로 발명되지 않아 농경지에 휴경지를 두는 삼포제 농업이 주가 되었기에 더욱 많은 땅을 필요로 했다. 영화에 따르면 잉그리스 여왕의 친정 국가에서는 기근으로 인해 백성들이 굶주렸지만 평화를 좋아하는 왕이 요정의 땅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된다. 대기근 당시에는 세계 각지를 막론하고 식인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 사람은 먹을 것 앞에서는 모든 윤리를 저버린다. 다른 인간 왕국을 침략할 명분과 힘이 없으니 인간 왕국은 차마 건드리지 못해서 요정의 땅을 쳐다봤지만, 말레피센트를 이기고 요정과 전쟁을 할 만큼의 힘과 재산마저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는 게 차라리 설득력 있다.

동화는 끝나지 않았고 영화가 동화가 되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요정과 인간이 화해를 이루고 요정 아이는 제약 없이 자유롭게 맑은 하늘은 날아다닌다. 말레피센트가 요정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사실상 요정 측의 승리이다. 인간은 목적에 실패했고 피해만 가득하다. 평화를 좋아하는 존 왕이 다시 깨어났지만 동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고 해서 영화 속에서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듯이 나쁜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세계이다.


잉그리스의 친정이 그래도 같은 종족인 인간 왕국이 아니라 요정에게 협력을 요청했다는 영화 속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잉그리스의 왕국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 왕국 또한 상황이 좋지 않았으리라 추정된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 이후 얼스테인에 기근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영화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의 두 가지로 나뉜다.

1. 얼스테인 vs 요정 : 만약 얼스테인 왕국에 심각한 기근이 들면 하지만 무어스의 요정은 대부분이 식물로 이루어져 있어 식량이 될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줄 식량도 없으며, 다크 페이는 애초에 떠돌아다니며 약탈을 하는 바이킹이 모티브로 보이기 때문에 이 쪽도 나눠줄 만한 식량이 존재할지 조차 모르겠다. 결국은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땅의 확보가 문제이기 때문에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요정과 다시 전쟁이 일으킬 것이고 말레피센트는 다시 그들을 짓밟으며 오로라 공주와 필립 왕자는 중간에서 다시 혼란에 빠지고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만화 '베르세르크'의 속 용병들


2. 얼스테인,요정 vs 다른 인간 왕국 : 요정과 다크 페이와 협력한 것은 얼스테인이지 다른 인간 나라의 왕국이 아니다. 얼스테인은강력한 우방을 갖게 되었으며 그들의 전투력은 인간 이상이다. 오로라 고향 나라는 백성에게 주었다는 대목을 통해 그 나라는 공화정이나 귀족정이 들어섰을 걸로 집작된다. 잉그리스 여왕을 말처럼 나라를 병합할 수 있는 명분도 있겠다. 강력한 동맹군도 있겠다.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일 수 있다. 다크 페이는 자유롭게 날아다닐 넓은 하늘을 원하고 기근이 든 얼스테인은 식량을 생산할 땅을 원할 테니 win-win 전략이다.

또는 중세 유럽은 용병의 시대이기에 다크 페이가 얼마든지 용병으로 활약할 수 있다. 인간에 비해 우월한 신체를 가지고도 간단한 전술조차 펼치지 못하는 야만인 다크 페이들 일지라도 얼스테인의 경비대장 같은 인간을 지휘관으로 섭외하여 게릴라 전술이나 요인 암살, 후방 공작, 테러 등 을 펼친다면 이들은 용병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될 것이다. 어차피 유일한 방어책인 뷹은 가루의 개발은 얼스테인에 독점되어 있고 얼스테인은 다크 페이의 우방국이니 이들이 붉은 가루를 다른 국가에게 팔리도 없다.



영화의 완성도나 평가와는 별개로 현재 상영 중으로 꽤나 흥행하고 있어 올해 안에 10억 달러를 돌파할 영화로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높은 흥행을 한다면 몇 년 뒤 후속작인 말레피센트 3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할리우드의 후속작 공식은 명확하다. 돈이 될 것 같다면, 몇십 년 전에 이미 끝난 시리즈라 할지라도 혹은 실제 배우의 사망으로 출연을 못한다 해도 CG로 어떻게는 되살려서 다시 나오게 만든다. 디즈니도 새로운 시리즈라는 도박을 하기보다는 기존 프랜차이즈의 후속작을 내거나 리메이크를 내는 것에 중독되어 있느니, 말레피센트 2의 흥행으로 말미암아 '말레피센트 3'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용병 다크 페이의 용맹스러운 전투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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