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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ug 13. 2021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꿰맨 금붙이<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대로 붙여줄 DC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 시리즈 전체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첫 번째 시리즈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최악의 영화였다. 조커와 할리퀸의 환상적인 비주얼만큼이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해야 될 것 같은 엉망인 각본과 갑자기 춤추는 빌런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보유한 매력을 못 살린 채 조커와 할리퀸의 배우와 분장, 그리고 많은 수익금이 남았던 영화다. 시리즈를 1개밖에 안 냈으면서 나름 스핀오프인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은 더 최악이었다. 제목이 저런 꼴인 만큼 할리 퀸을 연기하는 마고 로비, 한 명의 배우의 매력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가 비주얼적으로 나쁘지 않고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서사도 흥행이 도움이 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중구난방인 영화였다.


- DC의 운

슈퍼맨과 배트맨, 조커가 살아 있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졌음에도 계속해서 연결을 못 시켜서 분장상과 돈만 어설프게 챙겨가던 DC와 워너 브라더스는 행운으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로 여러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제임스 건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마블 영화감독에서 잠시 잘린 틈을 타서 성공적으로 감독을 낚아챘다. 만일 감독을 낚아채지 못했다면 이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많은 캐릭터

제임스 건은 익히 영화에서 했던 대로 다양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예고편만 봐도 등장 캐릭터만 10명이 넘어가고 할리퀸을 제외하면 코믹스를 안 보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마이너 캐릭터들 뿐이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주나 했더니,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답게 시작하자마자 절반을 죽이고, 끝에서는 남은 절반도 죽었다. 확실히 등장을 안 시키면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 바느질은 아니고

매력적인 할리 퀸과 무식한 정부 요원 아만다 윌러, 유능한 릭 플래그 등 이리저리 파편화되어 있던 금붙이 같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감독이 조금씩 꿰매어서 하나의 영화를 만들었다. 원래 이어 붙이다 보면, 작은 천 쪼가리들이 많이 들어가 듯, 금방 사라지는 카메오 캐릭터들과의 조화도 좋았다. 그런데 아직 유기적으로 같은 팀이 움직이기보다는 각각의 캐릭터가 따로 논다. 마치 상처를 스테이플러로 임시로 꼬매 놓은 것만 같다. 물론 DCEU 세계관 전체가 이리저리 파편화될 정도로 이전 작들을 못 만들어서 수습 시도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이다. 새로 나올 영화 '플래시'에서 이들을 온전히 하나로 이어 붙일 세계관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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