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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ug 15. 2021

현시대의 게이머들을 위한 덕후 영화 <프리 가이>

게임과 현실에서 모티브를 따온

* 스포일러 주의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프리 가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과 비슷하게 게임 속 세계관을 주제로 한 영화이다. 그런데 ''레디 플레이어 원'은 아예 가상현실과 VR 사용이 보편화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고전 게임이 주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다른 게임이나 IP가 카메오로 등장하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핸드폰과 PC로 온라인 게임을 해온 10,20대 게이머들에게 도트와 비트로 이루어진 고전 게임은 좀 멀리 떨어진 존재이다.


- 현시대의 게이머

하지만 '프리 가이'는 지금 10~20대 게이머들이 지금 즐기는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배경이 미래가 아니며, 지금의 다른 게임들과 비슷하게 PC로 즐기고 그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는 스트리머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영화 시작 부분부터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건 영락없이 배틀그라운드이고, 가상으로 무기를 꺼내고 은행 터는 미션이 있는 건 GTA 시리즈, 부스터 달린 낙하산과 각종 밈 댄스들은 포트 나이트, 정해진대로 행동하는 NPC는 심즈, 포탈 건은 밸브의 포탈 시리즈, 길드나 레벨 시스템은 WOW 같은 RPG 시스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또한 여주인공 밀리(Molotivgirl)의 멜빵과 상의는 파이널 판타지 7, 티파의 의상에서 레퍼런스를 얻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게임뿐만 아니라, 어벤저스와 스타워즈의 등장은 덕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하다.


- 게이머 v 게임 개발사(기획 v 개발)

그런데 이런 게임 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게임 밖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까지 주요 소재로 가져왔다. 지금의 게이머들은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 때문에 게임 외부에서 게임을 운영하는 주체인 게임사와 법적 분쟁을 갈 정도로 다투고 있으며 게임사 사장의 이름은 놀리는 밈이 된 지 오래이다. 또한 기존 게임을 계속 업데이트해주길 바라는 게이머 vs 새로운 프랜차이즈 출시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게임사 간의 동상이몽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게임사 내부에서는 돈 버는 게임 만들려는 기획팀 vs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는 개발팀의 알력 다툼 결과에 따라 게임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은 게임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현실에서 미완성으로 출시되어 많은 논란을 낳은 '사이버 펑크 2077'의 출시일이 이 영화의 원래 개봉일보다 늦은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 게이머들을 위한 영화

이렇게 게이머들은 게임은 좋아하면서 게임사는 싫어하는 애증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핵심 개발자인 코지마 히데오를 토사구팽 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사 코나미를 패러디한 이름인 '수나미'와 끝을 모르는 프랜차이즈로 악명 높은 프랑스의 게임사 유비소프트를 지칭하는 것처럼 프랑스계 이름을 쓰는 앙트완(타이카 와이티티) 등 게임성을 무시하고 지나친 이윤 추구를 하고 회사 직원들에게 갑질 하는 현실의 게임사를 대신 비판해줘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 DUDE

중간 보스몹으로 나온 D.U.D.E는 한국말로 그대로 번역하기 힘들었는지 영어 원문이 그대로 나왔다. Dude는 속어로 사내, ~놈, 아저씨 등 친한 친구 사이에 쓰는 비하의 의미가 담긴 속어이다.  굳이 한 단어로 번역을 하자면 이. 놈. 새. 끼가 적절한 번역이지 않을까 싶다.


- 그놈의 체크 셔츠 좀 그만 입어

그냥 애들의 오락이던 게임이 이제는 산업의 주요 부분을 차지할 만큼 큰 산업이 되었지만, 아직도 게임을 하는 게이머(Nerd, 덕후)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덕후들도 안경을 끼고 머리는 산발이며 옷을 대충 입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처럼 나오며 딱히 나온다. 딱히 틀린 묘사는 아니지만, 영화는 이런 게이머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게임을 살지 말고, 사랑을 살아라

작중에서 자신과 밀리를 모델로 AI를 개발한 키스는 자신의 짝사랑을 AI에 담았고, AI의 알고리즘은 사랑으로 인해 단순한 순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고하기 시작했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는 게이머들에게도 사랑이 필요하다. 그들의 알고리즘 순서도는 아직 (게임 - 밤 - 잠)으로 단순할 뿐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해봐야 '가이'처럼 새로운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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