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반 후라이드 반 이랬는데, 다리에 양념이 반만 발라져 있어
'올드'는 <식스 센스>와 <싸인>으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밀란 감독의 신작이다. 샤밀란 감독은 <식스 센스>로 단번에 거장이 되었고, 이후로는 매번 새 작품들이 ' <식스 센스> 감독의 작품 '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홍보될 만큼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식스 센스 이후, 엄청난 흥행을 이끌어 뛰어난 평가를 받는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제작비 회수와 쪽박 사이에서 줄을 타며 제작사를 불안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올드'는 참신한 소재만큼이나 <식스 센스> 같은 좋은 작품이 나오리란 기대를 받는 작품이었다.
- 그래서
매번 거는 기대에 매번 실망하는 나 자신이 미워질 만큼, 아쉬운 영화였다. 시간이 빨리 가는 해변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식스 센스>를 봐서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영화에 충분히 실망할만하다. 가족들이 해변에 도착하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연출은 반만 좋았다. 성인 배우들은 CG와 분장으로 자연스레 흐름이 표현되었지만,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는 중간에 배우가 바뀌는 것을 연출하기 위해 흐름을 일부러 잘라서 연출했다. 그리고 나이 듦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는 인물들의 가치관을 어필한 점도 좋았다. 젊은 아들은 계속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어른들은 나가는 방법보다는 흘러가는 시간에 안주하는 것을 택한다.
- 드라마
그러나 영화는 여기까지이다. 산호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속절없이 늙어만 간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영화보다는 미국에 유행하는 음모론에 기초한 '환상특급'나 '블랙 미러' 같은 SF 옴니버스 단편 드라마에서나 어울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한 시즌의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나오면서 1시간 남짓의 드라마로 개봉했다면 호평을 받았을 것이나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정을 드러내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정작 중요한 시간이 빨리 가는 해변과 사람들의 행동의 이유는 너무나 편리하게 배우들의 입으로 직접 설명한다. 또한 드라마 마지막화를 보는 듯한 깔끔한 결말이 영화랑 상당히 안 어울린다. 산호초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여운이라도 남겼다면 그나마 이 영화의 평은 좋았을 것이다. 영화가 선택한 소재의 끝을 보기 위해서 결말이 너무 엉성해져 버렸다.
-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이랬는데, 다리에 양념이 반만 발라져 있어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 영화와 예술적이고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작가주의 영화의 장점만을 따와 만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초반부는 작가주의 영화 후반부는 대중 영화로 확실히 선을 긋고 반반씩 만들었다. 후반부의 영화감독이 다르다고 해도 납득이 가능할 지경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나이 듦과 세월에 따른 변화와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지만, 이 영화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교훈은 '칼슘 섭취를 잘하자'이다.
미국에서 제약회사의 악명은 유명하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위해 병원에 로비를 하고, 흑인들에게 동의받지 않은 임상실험을 했으며,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값을 과도하게 많이 청구하기는 것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제약회사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그로 인해 항상 좀비 사태의 진원지는 제약회사로 설정된다. 영화도 그런 인식이 반영되어, 제작진 중 누군가가 보험 적용 상당한 약값이 청구된 청구서를 병원에서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