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한창 무협 영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은 홍콩 영화의 쇠락과 함께 끝이 났다. 그 이후 와호장룡이나 쿵후 허슬 같은 불세출의 작품이 나왔지만, 중국에서도 약간 한물 간 취급을 받고 있고 마니아들 사이로 한정적인 인기를 얻을 뿐이다. 애초에 나도 고전 무협 영화를 안 좋아한다. 빙빙 돌리는 태극권 위주의 손싸움 위주의 전개와 춤추는 듯한 액션 동작이 너무 지루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오는 몇몇 작품들도 고전적인 무협 영화를 재해석해서 작품을 내지, 단순히 예전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 샹치는 이미 지루한 고전 무협 스타일(산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 마을, 초능력 같은 무술 능력)을 연출을 통해 세련된 영화를 만들었다. 무협 영화는 싸우는 두 인물의 손 싸움을 잘 보여주기 위해 싸움을 옆에서 본 듯하게 평면적인 연출을 주로 사용하며, 카메라 전환이 잦지 않다. 하지만 샹치는 화려한 CG와 카메라 연출의 다양성으로 이를 극복했다. 모티브를 따온 영화도 다양하다. 원작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반지였던 텐 링즈가 영화에서는 '쿵푸 허슬'에 나왔던 흥가권 고수 재단사처럼 링을 무기로 사용한다. 그리고 쿵푸 허슬에서 태극권 고수 주인아저씨로 나왔던 배우 '원화'의 익숙하지만 조금 나이가 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액션 중간중간에 유머를 겉들인 건 아마 성룡 영화의 영향일 것이다.
- 중국 무협 + 일본 괴수 + 할리우드의 기술과 자본
스토리는 그냥 일반적인 마블의 첫 번째 히어로 영화 수준으로, 무난하다. 후반부에 나오면 고질라 v 콩을 보는 듯한 괴수 영화는 일본의 거대 괴수 영화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하다. 에네르기파가 끝끝내 나오지 않은 점은 좀 아쉽긴 하다. 일본 영화나 중국 영화는 특정 장르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로는 조금 쇠퇴했다. 할리우드는 이 영화들에서 좋은 점만 빨아들이고 자신들의 스타일로 재구성해서 선보였다. 좋은 것만 흡수하는 할리우드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 영어 하는 양조위가 섹시하다.
양조위를 제외한 샹치와 다른 캐릭터의 매력이 매우 부족하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웬우는 양조위라는 배우를 만나, 서사적 설득력을 지니게 되었다. 반면, 다른 캐릭터들은 미국식 아시안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광대를 높게 치켜들고 꼭 무술을 선보여야만 아시아 캐릭터가 되는 게 아니다. 캐릭터가 매력이 없으면 배우라도 매력적이게 써야 하는데 출중한 연기를 보여주던 시무 리우와 아콰피나도 그저 그런 지나가는 아시안에 불과하다. 그저 머리에 브릿지 넣지 않은 캐릭터가 없는 게 다행이다.
- 쿠키 영상
첫 번째는 엔드 게임 이후로도, 캡틴 마블과 헐크를 포함한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 단체가 여전히 활동 중인 것을 나타내고, 아마도 텐 링즈는 후속 영화 이터널즈를 위한 떡밥 같다.
두 번째는 샤링이 텐 링즈의 리더가 된 것으로 샹치의 후속작으로 추정되는 아시아판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아틀라스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동양계 비밀 암살자 집단이라는 묵은 클리셰를 더 이상 어떻게 더 활용할지 모르겠다. 데어데블이나 루크 케이지가 나오는 넷플릭스판 MCU 디펜더스에서 처절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미 블랙 위도우에서도 제기된 비밀 조직인데 저렇게 대놓고 활동하는데 어떻게 비밀 조직이냐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 아시아
블랙 팬서, 캡틴 마블이 그랬던 것처럼 특정 계층을 노린 마블의 전략은 이번에도 먹혀들어 갔다. 아시아 문화 중 대표적으로 중국만을 찍어서 만들었으며, 중국어도 모르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주 시청 대상으로 공략한 점이 유효했다. 또한 과거의 무협, 무술 영화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영화 팬들에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