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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r 12. 2020

시간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이야기 <어바웃 타임>

팀과 메리의 연봉은 얼마 일까?, 메리는 팀을 얼마나 걷게 했을까?

주인공 팀 레이크는 조금 찌질한 남자이다. 새해 카운트 다운에 맞추어 맘에 드는 여자에게 키스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자기 전에 이불 킥 좀 하느라 잠을 설쳤더니, 다음날 아버지가 말한다. '너는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초능력자란다' 반신반의하며, 시간을 돌리고 팀은 여자와 키스에 성공한다.

집의 장식도 금수저

- 애초에 금수저

처음에 팀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돌린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지극히 일반적인 생각이다. 나중에 변호사가 되는 팀의 직업으로 볼 때, 현재 팀은 대학교에 재학 중이니 돈이 궁할 때긴 하다. 하지만 팀의 아버지는 반대한다. 할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여행을 했고 사랑과 친구 모두를 잃었다고 한다. 후반부의 내용으로 짐작하건대, 할아버지가 돈을 더 벌기 위해 과거를 바꾸자, 가족과 친구들이 멀어지는 현재로 바뀌었다고 추측된다. 그런데 이미 레이크 가는 부자다. 이미 휴양지로 유명한 콘월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 살고 있으며, 50대에 은퇴해도 생계와 아이들의 학비에 대한 부담은 없다.

처음 만났을 때는 팀의 셔츠 색갈이 빨간색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난 미래

그래서 팀은 사랑과 주변 사람을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한다. 아마도 팀의 대학 재학 시절, 같이 여름을 보낸 첫사랑, 샬롯(마고 로비)과 사귀고 싶어서 시간을 되돌렸다. 이때 팀은 시간을 돌려도 하지 못하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애초에 샤론은 잘 돌려 말했을 뿐, 팀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그리고 팀은 런던으로 이사를 가고 우연히 볼 수 없는 레스토랑에서 메리를 만난다. Dans Le Noir? (In to the dark, 암흑 속에서)라는 암흑 레스토랑은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와도 같은 곳에서 팀은 자신이 가야 할 미래를 얻었다. 하지만 극작가 해리를 도와주느라 메리를 만났던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안경 메리

- 작업멘트는 어딜가나 똑같아

결국 팀은 케이트 모스를 좋아한다는 정보 하나를 가지고 전시회에서 하루 종일 메리가 오지 않을까 기다린다. (옷차림의 변화로 추측하면 5일 이상) 결국 만나긴 하지만, 이미 메리는 다른 남자 친구가 생겼다. 여기서 시간의 힘을 사용해 과거로 가서 메리에게 접근한다. 이때 나누는 대화가 가관인데, 남녀의 사랑은 한국과 영국이 많이 다르지 않은 듯싶다. 팀은 술자리(파티)에서 '여기 별로지 않아요?, 우리 따로 나가서 한잔 할래요?' 하며 접근한다. 근데 이 전형적인 작업 멘트가 잘 통하지 않자, 팀은 초능력을 사용한다. 이전 시간대의 메리에게 들은 케이트 모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팬인척 하며 메리의 흥미를 끈다.


같이 30분을 걸으면,,,

- 메리

작중 메리는 자신의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성격이고 그녀도 그 것을 알고 있다. 전시회에서 남자 친구인 루퍼트가 팀 보고 맘에 든다고 하자 나도 그렇다고 하고, 파티장에서 팀이 루퍼트에게 이상한 놈이라고 하니 나도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유일하게 의견을 좋아하는 것이 영국의 모델이자 패션계의 셀레브리티인 케이트 모스이다. 팀이 그런 그녀의 취향에 공감해주었으니 당연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식당에서의 일과 즐기는것의 차이에 대한 대화 이후, 메리는 차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 한데 한참을 걸어도 차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메리의 집앞이다. 실제 식당과 런던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구글맵으로 측정이 가능한데, 팀과 메리가 걸은 길은 대략 1.7마일(약 2.7 km)로 30분 이상을 걸었다. 팀은 사랑을 위해 시간을 돌렸고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 시간여행

작중 시간여행 설정은 좀 엉성하다. 처음에는 과거로만 가능하고 미래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자신이 온 시간(현재)로는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간이동은 불가하고 시간이동만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간이동처럼 보이게 런던과 콘월을 마구 오간다. 그리고 남자만 가능하다는 아버지의 설명과는 다르게 후반부에서는 킷캣과 같이 시간 여행을 한다. 여자도 가능한데 의도적으로 안 알려줬다는 말이 더 납득 가능하다. 또한 아이가 수정할 당시의 상황으로 아이가 바뀐다는 이야기에 따르면, 수정한 순간과 출산한 순간 사이에 팀이 시간 여행을 하면 태어날 아이가 시간 여행을 할 때마다 바뀐다. 메리가 팀이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계속 시간을 돌렸다면, 그때마다 뱃속 아이는 바뀐다. 하지만 이런 허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개가 빠르고 장면들이 아름다워 감상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 색

메리(레이철 맥아담스)를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이다. 처음 레스토랑에 만났을 때는 파란색이지만 나중에 파티장에서 진심으로 만날 때는 걸친 카디건의 색은 빨간색이다. 사랑하는 팀의 머리도 빨간색이다. 빨간색 가죽재킷도 입는다. 심지어 결혼식 때 입는 옷도 드레스가 빨간색이다. 빨간색은 예로부터 사랑을 상징했다. 하지만 팀의 여동생 킷캣(리디아 윌슨)을 상징하는 것은 보라색이다. 보라색을 신비주의와 이상함을 상징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킷캣의 성격을 드러내는 색이다. 이런 색들이 영화 내내 등장인물의 심경을 전달한다.


- 결혼식

영화상 가장 특이하고 로맨틱한 결혼식이로 결혼식에 대한 로망을 갖게한 결혼식이다 작은 마을에 일가친척 정도만 모셔놓고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스몰웨딩에 심지어 전형적인 결혼행진곡이 아닌 오래된 이탈리아 노래가 흘러나오고 신부는 짧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야외에 마련해 놓은 피로연장에는 비가 오고 폭풍우가 몰아쳐,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비 때문에 피로연장이 엉망이 되어도 신부는 행복해한다. 팀은 비가 오지 않는 날짜로 바꿀 수 있음에도 결혼식 날짜를 바꾸지 않는다. 대신 신랑 들러리가 계속 바뀐다. 팀의 아버지는 말한다, "제가 딱히 자랑할 것은 없지만, 제 아들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


- OST

영화만큼이나 OST도 로맨틱하다. 결혼식 행진곡으로 사용된 1965년, 지미 폰타나의 'il mondo'부터 너를 봐서 자신이 가장 운이 좋은 남자라는 'The Luckiest' , 별들이 떠 있는 동안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How long will i love you' 자신의 팔로 들어오라는 'Into My Arms' 등 오래된 명곡과 새로운 노래 모두 공통적으로 로맨틱하게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영화의 앨범 듣고 있자면, 내가 사랑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 팀의 직업

작중 팀은 변호사로 나온다. 영국의 변호사(lawyer)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Barrister(법정 변호사)와 Solicitor(사무 변호사)이다. 팀이 법정 안에서 변호하고 가발을 쓰고 나오는 것으로 보아, 법정 변호사로 보인다. Barrister는 Solicitor에 비해 수가 적고 일반적인 연봉도 더 많다. Barrister가 되는 과정 중에, Pupillage라는 연수 제도가 있는데, 팀은 이걸 위해 런던으로 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변호사는 대체로 모든 나라에서 고소득 직종이다.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Barrister의 평균 연봉은 £100,000(약 1억 5천만 원)이다. 

여유가 있는 삶

- 런던에서 살아남기

하지만 팀은 아직 사회 초년생이다. 아무리 변호사라도 연수 중인 사회 초년생에게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팀과 메리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런던의 살인적인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하루 빨리 동거를 시작한다. 메리가 사는 곳은 런던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노팅힐 근처의 더블룸 월세는 최소 £1,200(약 160만 원) 이상으로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겁다. 런던 출판업계의 평균 연봉은 £30,000(약 4천만 원)으로 메리 역시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니 더 낮을 것이다. 하지만 팀은 시간이 지나며 경력을 쌓아 연봉을 높혔고, 그래서 시간을 돌리는 초능력에 상관없이 런던에서 비싸 보이는 2층 집에 사는 데 성공한 것이다.


- 루를 반복

팀의 아버지는 하루를 두 번 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고통스럽고 힘든 하루일지라도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살 수 있는 비결이었다. 팀도 아버지의 조언을 본받아 하루를 두 번 살아 보고 힘든 상황에서도 여유와 웃음을 찾는다. 하지만 팀은 곧 두 번 사는 것을 관두고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게 된다. 팀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더 행복한 일임을 알게된다. 


-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

그도 우리와 같다. 우리는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안정감을 느낀다. 월요일이 가면 또 다음 주 월요일이 오고, 봄이 가면 1년 후 다시 봄이 온다. 팀의 아버지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하루를 다시 살지 않아도, 우리의 하루는 또 반복되며 우리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 우리는 여유를 찾고 즐기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남녀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사랑하고 먹고 자고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누군가 죽고 하는 반복되는 우리의 시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Tim :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 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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