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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Feb 25. 2020

현실적인 아침 드라마 <작은 아씨들>

따뜻한 스프에 적신 빵이 입에서 부드럽게 흩어진다. 

#스포일러 주의

부끄럽게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작은 아씨들의 원작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워낙 미국의 고전에 관심이 없다고  보니 잃어 난 일이다. 이전에 영화화도 6번이나 했다는데,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미국인들의 기억에 잊힐 때쯤, 쿨타임 끝나면 또 나올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매우 신선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몰랐기에, 아침드라마를 보는 주부의 심정으로 볼 수 있었다. 


- 네 자매

내가 외국인의 나이를 외견상으로는 잘 알아보지 못하는 한국인이기 때문일까, 자매들의 나이 관계가 제대로 짐작되지 않았다. 나중에 첫째, 메그가 결혼하는 장면이나 돼서야 이들 중 제일 언니였음을 알았다. 셋째 베쓰가 제일 어려 보였다. 나머지 자매의 연령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주인공인 조(샤얼샤 로넌)의 당차고 성숙한 연기 덕분에, 제일 언니로 느껴져서 당연히 맏언니인 줄 알았다. 


- 재능

네 자매는 각자가 예체능에 대한 재능을 발휘하는 위엄을 보인다. 첫째 매그는 연기를 하고, 둘째 조는 각본과 글을 쓰고, 셋째 베쓰는 피아노를 치고, 넷째 에이미는 그림을 그린다. 에이미를 제외하면 제도권 교육을 받는다는 묘사가 없는 것을 보아, 예전에는 네 자매 모두 집에서 예체능 교육을 받을 정도로 부유한 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위해, 머리카락을 파는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고, 화려하고 밝은 톤의 집도 시간이 지날수록 회색빛의 어두운 톤으로 물들여져 간다. 군종목사로 남북전쟁에 참전한 목사 아버지가 있는 걸 보면, 검소하게 사는 성직자 + 아픈 베쓰 병원비 + 남북전쟁의 여파로 가세가 기울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 양자택일

명분과 실리, 사랑과 돈 둘 중 어느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로맨스 드라마와의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조는 여주인공이 결혼을 해야 책이 잘 팔린다는 출판사의 설득에 결국 결혼하는 여주인공을 택했지만, 돈은 확실히 챙겨 갔다. 막내 베쓰는 부자의 청혼을 거절하고 로이와 결혼하지만, 로리도 부자이다. 첫째 메그만 가난한 가정교사와 결혼했지만, 메그가 사치를 못 부리는 정도의 가난이지, 밥을 굶을 정도의 가난도 아니다. 그리고 결국 부유했던 조세핀 마치 고모의 유산으로 학교를 세우는 위업을 보인다. 사랑도 돈도 모두 놓치지 않는 세 자매다.


- 공감

그 점이 이 작품을 명작에 반열에 올릴 수 있게 만들었다. 잔혹한 양자택일 강요하는 것보다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으로 사람들을 네 자매에게 공감하게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스는 결국 결혼을 하지 않았다. 이 소설이 작가의 자매를 모델로 한 자전적 소설임을 감안하면, 주인공 조도 결혼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을 것으로 추측되나 독자들의 요청으로 재밌는 상대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하니 더욱더 현실적이다. 결말이 해피엔딩이고 사랑과 돈을 사이를 주요 주제삼았다는 점에서  아침드라마의 순한 버전이다. 제일 막장이 될 수 있던 부분인 조와 로리의 이야기도 작위적이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며, 막장맛을 많이 뺀 부드러운 스프 맛을 만들었다.

원작은 총 4부의 구성을 지니는데, 영화에서는 희망찬 마무리를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고 부유한 고모의 유산으로 학교를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원작 3,4부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과 조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니 뒷 이야기가 궁금하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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