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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r 10. 2020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역사는 반복된다 <체르노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국격

인류 역사상에 반복되어 기록될 최악의 참사,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1986년에 일어났다. 그 누구도 이런 형태의 사건이 일어날 것이 아 예측하지 못했기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의 정부 일지라도 이 피해는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피해 수습을 위해 온갖 물자와 사람을 동원하느라 나라가 흔들렸고 결국 나라가 망했다. 체르노빌 사건이 소련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소련의 해체는 조금이나마 미뤄졌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주역, 보리스와 레가소프 (출처 : IMDB)

- 결말은 알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어 큰 사고가 날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의 주인공인 발레리 레가소프가 드라마 1화부터 자살한다.  애초에 이 드라마의 결말을 알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HBO의 드라마, 체르노빌은 결말에 집중하지 않는다. 어떻게 체르노빌에서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왜 저 인물은 자살하게 되었는지가 중심이 되며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 방사능에 대한 무지

체르노빌 사건에서 불을 끄려 한 소방관,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아내인 류드밀라 이그나텐코는 무지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체르노빌 사건 이전에는 일반인이 방사능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자신이 남편이 단순 화상을 당한 거라 알고 있다. 애초에 체르노빌이 원자력 발전소인지 조차 모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임신했던 아이를 잃었고, 몇 번의 뇌출혈을 겪었지만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잘 살아 있다고 한다. 

방역하는 군인 (출처 : IMDB)

- 바이오 로봇

작중 농장 할머니의 말에서도 나오지만, 피바람이 불었던 러시아의 근대사 때문에, 러시아는 현재까지도 나라를 위한 소의 희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밸브를 돌리기 위해 죽을걸 알면서도 물속으로 들어간 3명의 엔지니어(생각보다 방사능 수치가 낮아서 건강히 살아있다.), 5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땅을 파낸 광부들, 공산주의식 방사능 돌려막기로 지붕 위 방사능을 청소해야 했던 징집병들, 동물들을 죽여야 했단 사냥꾼들, 방사능을 맞아가며 체르노빌에서 문제 결에 주력한 많은 과학자들, 이들 모두는 방사능의 영향 아래 수명을 깎아 사람들을 구하고 국격을 위해 영웅이 되었다. 


- 소비에트의 국격

소비에트식 해결책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을 찾기보다 급급한 것은 사건의 책임자를 찾는 것이다. 사건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소장과 부소장은 이 사건의 책임자들을 종이에 적어 중앙 정부에 전달햔다. 아마도 그 종이에 자신의 이름은 없을 것이다. 소련 중앙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사고의 원인은 아나툴리 댜달로프, 단 한 사람의 욕심으로 인한 인재의 책임으로 돌린다. 물론 가장 큰 잘못은 댜달로프의 오만과 욕망에 있지만, 레가소프가 KGB가 국가의 체면을 위해 원자력 설계상의 문제점을 삭제한 것을 드러내며 소련의 국격을 지키기 위한 KGB의 대처가 사건의 원인임을 밝힌다. 냉전 시기, 공산주의 세력의 맹주이던 소련으로서는 자신들의 핵기술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싫었을 것이다.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한 소련 정부의 공식적인 사망자는 31명이다.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피해자수는 지금도 올라가고 있다.

2016년 완공된 체르노빌 돔(출처 : 유럽부흥개발은행)

- 그리고 현재의 국격

체르노빌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시간이 지나고 방사능 수치가 많이 낮아져 방사능 수치가 덜한 곳에서 멀찍이 보는 프리피야트를 관광하는 투어도 개발되었지만, 발전소를 덮기 위한 콘크리트 격벽은 상당한 기부금을 받다 2016년에야 설치되었다. 30년이 지나도 아직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의 교훈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2011년, 체르노빌과 같은 7등급 원자력 사고로 여겨지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태가 일어났다. 사태를 막을 기회가 있었지만, 국격을 지키기 위해 발전소를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바닷물을 냉각제로 사용하지 않았고, 결국 발전소도 잃었고 후쿠시마현도 잃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조 사태

- 직접적인 피해자는 '0명', 책임자도 '0명'

다행히도 직접적인 방사능 피해 사망자는 '0명'이며, 전보다 향상된 기술과 물자를 가지고 있어 그래도 전부다 제대로 된 보호복은 입고 작업하고 사람의 목숨을 갈아서 피해를 복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체르노빌 같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반면교사 삼았다. 오염 폐수 무단 방류, '먹어서 응원하자' 같은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출 등 후쿠시마 차단보다 방사능을 퍼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건 후에, 후쿠시마 지역의 아동 갑상선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방사능이 있는 제염토를 곳곳에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국격을 위해 2020 도쿄 올림픽에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제공할 계획이다..


- 소련만도 못한 일본

그리고 2019년에 도쿄 지방재판소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3명의 임원진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쯤 되면 오히려 체르노빌 사건 당시의 소련 정부가 지금의 일본 정부보다 훨씬 책임감이 있다. 그들은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본 정부는 피해 복구에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특별 정보보호법을 만들어 정보를 제한하고 있다. 그 서슬 퍼런 소련 정부도 사건 이후 체르노빌 지역의 농산물을 먹자는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어지는 않았다.


- 우리나라의 국격

후쿠시마 사태를 지켜보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발전소의 안전 기준을 곧바로 강화했지만, 재난에는 방사능 재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2015년 중동발 메르스(MERS) 사건 때, 한국 정부의 대처는 후쿠시마 떄 일본 정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확진자 동선을 숨기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뒤늦고 무능한 대처로 정부의 지지율 또한 낮아졌다. 그래도 메르스 사태로 예방주사를 혹독하게 맞은 덕인지, 현재 코로나 사태의 정부는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투명한 정보 운용으로 중국발 입국자와 신천지 교도들의 방역에 실패한 것을 제외하면, 재난 대처 능력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월함을 보여주었다. 


- 미래의 국격

하지만 현재 코노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중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은 체르노빌 사건으로 배운 게 별로 없음이 드러난다. 여전히 국격과 이익을 위해 정보는 숨겨지고 검사 또한 제대로 실시되지 않으며, 사람들의 안전은 지켜지지 않는다. 이 사태의 온전한 책임은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초기 방역에 실패한 중국에 있겠지만, 차단과 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각국의 정부는 수업료를 많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몇 십년 후에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평가 될지는 모르지만, 체르노빌 사태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었듯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나라의 국격이 판단 날 것이다. 정보를 숨기고 차단하며 올라가는 것을 국격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분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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